금리가 증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보다 가파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뿐 아니라 국내 증시까지 주춤한 모양새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부정적 전망까지 겹쳐지면서 외국인·기관투자가 모두 매도에 나서 증시 하락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2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1.68% 떨어진 2,525.39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2,519선까지 하락했지만 2,520선을 방어하는 데는 성공했다. 국내외 증권사가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목표주가 하향이 잇따른 탓에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4.26%나 떨어진 238만5,000원에 거래되는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중 7종목이나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 240만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도 장중 2% 넘는 하락세를 보인 끝에 전일보다 0.96% 떨어진 900선을 내주고 899.47에 장을 마쳤다. 국내 증시는 지난달 29일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4거래일 동안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조5,252억원, 5,795억원 규모로 순매도하며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내 증시보다 더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연달아 경신했던 미국 증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S&P500 지수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인 2,872.87을 기록한 후 다시 2,820선까지 하락했다.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에 관한 큰 변동은 없는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이슈가 투자심리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물가 회복세가 언급됐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가팔라지면서 증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회복세’ ‘물가상승률이 올해 2%를 넘어서 안정화될 것’이라는 언급에 대해 지적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회복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기존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오는 3월·6월·9월 총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이 전망됐지만 한 번 더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여전히 3회 인상에 대한 기대감도 굳건한 상황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횟수를 연간 4회로 늘린다는 신호를 찾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금리가 오르겠지만 천천히 오를 가능성이 높으며 금리 인상 이슈가 경기와 위험자산 선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연준의 기대대로 상반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하반기에는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이 올해 3회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기민감주 등이 투자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중 금리 상승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확대, 달러 약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라 경기민감주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록 금리 인상 이슈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지만 미국의 1조5,000억원 규모 인프라 투자, 국내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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