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은 지난 2016년 하노이에 은행 지점을 개설하며 베트남을 동남아 진출의 거점으로 삼았다. 올해 들어 농협금융은 베트남의 거대 은행인 아그리뱅크와 손잡고 ‘NH·아그리 무계좌 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계좌번호가 없어도 수취인 이름과 송금번호만으로 베트남으로 송금하고 아그리뱅크 전 지점에서 은행계좌 없이도 송금대금을 수취할 수 있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농협금융은 아그리뱅크와 비은행 부문으로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NH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은 올 1·4분기 중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대형 은행과 협력을 강화하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농협금융은 자카르타에 기반을 둔 만디리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 무역금융이나 핀테크 등 8대 중점 분야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만디리은행은 자산 규모 94조원에 임직원 3만9,000명, 점포 3,626개를 두며 계열사 11개를 거느린 인도네시아 1위 은행이다. 또 NH투자증권 인도네시아법인은 지난해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인 ‘윈프로(Win Pro)’를 도입하며 주식거래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만디리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은행·보험·증권·캐피털·자산운용 등 핵심사업 분야에서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얀마의 경우 소액대출 시장을 키우는 방식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농협금융은 2016년 소액대출회사인 농협파이낸스미얀마를 설립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미얀마 재계 1위 그룹인 HTOO그룹과도 MOU를 체결했다. 우선 HTOO그룹과 농기계 유통과 연계한 금융사업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농협경제지주에서 농기계를 수출하고 농협파이낸스미얀마가 할부금융을 보태는 식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다. 농협금융은 아울러 캄보디아와 인도에도 사업 진출의 씨를 뿌리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우체국과 금융사업을 협력하고 있으며 인도에서는 농협은행 뉴델리사무소가 지점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농협금융은 현지 대형 금융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사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농협금융의 이 같은 글로벌 전략은 ‘농업금융 슈퍼그리드’를 완성한다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슈퍼그리드란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지 친화적인 농업금융 모델로 틈새시장을 개척한다는 장기계획이다. 농업에 밑바탕을 뒀다는 점에서 진출국의 농업 발전을 꾀할 수 있고 한국 농업의 수출 활로를 개척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농협금융 측 설명이다.
농협금융은 글로벌전략협의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전략을 구상해왔다. 이 협의체에는 농협금융 회장, 농협은행장, NH투자증권 대표, NH손해보험 대표, NH농협캐피탈 대표 등이 참석해 중장기 글로벌 계획을 논의한다. 농협금융은 또 글로벌 사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글로벌 사업본부 및 전담부서의 인원을 대폭 증원하는 것은 물론 금융지주와 계열사가 모두 참여하는 국가별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 농협금융 고위관계자는 “계열사가 함께 진출해 현지 시너지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신경분리 이후에도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농협경제지주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글로벌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농협금융은 국가별 전략을 넘어 동남아 전역을 아우를 수 있는 글로벌 사업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행의 모바일금융 플랫폼인 ‘올원뱅크’를 베트남에 우선 출시하고 이후 동남아 전역에서 비대면 영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농협캐피탈도 올해를 시발점으로 오는 2022년까지 베트남·미얀마·방글라데시 등 최소 5개국에 진출하며 글로벌 여신전문회사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공소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 융자·리스 시장에 진출한 쾌거를 신남방 지역으로 넓힌다는 것이다. 농협금융 고위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농기계 리스, 소액대출 등 캐피털 사업에 큰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금융뿐 아니라 유통·경제 등 범농협의 다양한 사업영역을 결합한 농협만의 시너지 역량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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