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이 몸소 투자 유치전에 적극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거대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에서 일하며 비즈니스 감각을 익혔기 때문이다. 그는 사르코지 정부 시절 내각의 실무자로 근무하면서 네슬레와 화이자 간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경험도 있다. 마크롱의 사례는 정부가 M&A와 투자 유치가 물밑으로 이뤄지는 금융시장의 한 축을 지탱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 금융회사의 동남아시아 진출에도 우리 금융당국 수장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M&A 등을 통해 동남아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보다 현지 금융감독 당국의 인허가 문제다. 영업 인허가를 받는 행정절차가 우리나라처럼 체계적이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우리 금융당국도 이를 알고 해외 감독당국 수장을 만나는 국제회의에서 이 같은 애로를 전달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 수장과 접촉할 기회가 비정기적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 금융당국 수장과 해외 수장이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통로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금융위는 금융 선진국인 영국과는 매년 ‘한영 포럼’을 개최해 양국의 우호 증진과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당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런던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송금, 인증 등 첨단기술이 우수한 국내 핀테크 기업을 소개하며 투자 유치, 수출계약과 같은 풍성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정기화된 한영 포럼의 성과를 동남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 수장의 동남아 방문은 2014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미얀마에 방문해 한국 기업의 신용평가시스템을 수출했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미얀마 건설주택은행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한국의 주택금융 관련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M&A가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실무진 선에서 해외 금융당국과 물밑으로 접촉하는 것은 물론 우리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찾아가는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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