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적해운사가 강자로 군림하던 북미항로에서 운송 지배력이 반토막 났다. 미국 경제가 가파르게 회복하며 글로벌 물동량을 늘리고 있지만 중국과 유럽·일본 선사들이 공룡화하며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5일 글로벌 해운조사기관 피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상선(011200)의 북미항로 점유율은 5.47%로 집계됐다. 한진해운이 생존해 있던 지난 2015년 양대 국적선사의 북미항로 점유율은 11%에 달했다. 하지만 한진해운 청산 이후 지난해 상반기 현대상선의 북미항로 점유율이 절반으로 추락한 것이다. 한진해운과 함께 사라진 점유율 7% 가운데 현대상선(2016년 4.7%)은 약 0.8%포인트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공중분해된 한진해운의 북미항로 운송물량은 글로벌 대형선사들이 나눠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코스코는 점유율이 2016년 8.6%에서 지난해 10.2%로 뛰었고 프랑스 CMA CGM(합병 기준·1.4%포인트), 홍콩 OOCL(1.1%포인트), 일본 MOL과 NYK(각 0.5%포인트), 스위스 MSC(0.4%포인트) 등은 상승했다.
특히 올해 일본이 3개 선사를 합친 ‘원(ONE)’을 출범시키면 국내 선사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청산된 공간을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 선사들이 독차지한 것은 예견된 일”이라며 “중국과 일본 선사들이 대형화하면서 화물을 유치하는 영업력에서도 국내 선사가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해운이 주춤하는 사이 최대 수출항로인 북미항로를 결국 중국과 일본에 내준 셈이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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