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TV용에 이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프리미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에서도 한국을 제치고 올라섰다. 국내 업체들은 LCD보다 기술 난도가 높은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 집중한다는 전략이지만 중국의 LCD 추격 속도를 봐서는 OLED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저온폴리실리콘(LTPS) TFT LCD 패널 출하량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6억2,000만대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중국 티안마는 1억500만대를 공급해 점유율 17%로 2위를 기록했다. 점유율이 1년 만에 6%포인트 상승한 결과로 4%포인트 하락하며 16%에 그친 LG디스플레이를 3위로 밀어냈다.
재팬디스플레이(JDI)가 점유율 26%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마찬가지로 점유율이 무려 10%포인트나 빠졌다. 일본 샤프도 점유율이 소폭 하락한 13%에 머물렀다. 반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인 BOE는 5위 자리를 지켰고, 점유율 6%에서 9%로 상승했다.
LTPS LCD는 4~5년 전까지만 해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업체들이 주로 채택하던 고급 패널이다. 애플 아이폰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애플 아이폰X를 필두로 OLED 패널 채택이 늘면서 수요가 줄었다. 이런 와중에 중국 업체들의 진입으로 공급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 수익성이 악화했다. 원래 JDI·LG디스플레이·샤프가 글로벌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했던 시장이지만 중국 티안마와 BOE가 새롭게 뛰어들면서 이런 ‘3강(强)’ 구도도 깨지기 시작했다. 불과 1년여 만에 티안마가 2위로 올라서면서 순위 뒤바뀜이 현실화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는 ‘예상했던 수순’이라면서도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전은 부담스런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조금만 시장에 틈이 보이면 곧바로 치고 올라오는 데 선수”라면서 “OLED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빠르게 전환해 차세대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 OLED 라인을 짓기로 하는 등 주요 투자 계획을 OLED 생산성 향상에 집중시키고 있다. OLED는 아직 중국이 따라잡지 못한 영역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OLED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BOE는 지난해 하반기 6세대 플렉시블 OLED 패널 양산에 돌입했고 차이나스타(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줄줄이 OLED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CSOT는 우한에 플렉시블 OLED 설비를 구축하겠다며 350억위안(한화 5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국가 전체가 테스트베드(test bed)가 될 수 있다”면서 “기술 추격이 점점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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