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M 씨(45)는 수년 전 눈이 폭포처럼 내리던 어느 날 겪었던 일을 잊지 못한다. 주행 중 차선을 바꾸고자 핸들을 틀고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았는데 순간 뒷바퀴가 접지력을 상실했다. 차는 도로 위에서 두 바퀴를 뱅글뱅글 돌고서는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춰섰다. 다행히 뒤따라오는 차들이 모두 제동에 성공해 큰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M 씨의 당시 차는 후륜구동이었고 타이어도 여름용이었다. 슬립과 스핀에 가장 취약했던 차였던 것이다.
올 겨울은 지독히도 춥지만 큰 눈이 자주 오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겨울은 길고 언제 대설이 내릴지 모르는 일이다. 눈길과 빙판길 운전에 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귀향·성묘 등 설 연휴 등 먼 길 갈 일이 많은 사람들은 눈길 안전운전을 위한 기본지식을 숙지해 둘 필요가 있다. ‘스노 베이직’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BMW그룹코리아 드라이빙센터와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등과 함께 눈길 안전운전 방법을 알아봤다.
◇바른 자세가 먼저=안전운전은 바른 자세에서 출발한다. 위험한 상황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눈길운전에서는 바른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우선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다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의자를 너무 뒤로 빼서 앉는다. 그러나 멀리 앉으면 브레이크를 발목으로 누르게 돼 긴급제동을 할 수 없다. 허벅지 힘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려면 바짝 앉아야 한다. 멀리 앉으면 차량 충돌 시 충격이 다리뿐 아니라 고관절까지 전달돼 위험하기도 하다.
등받이도 세워라. 눕다시피 운전하면 핸들을 돌릴 때 등이 시트에서 떨어져 마치 핸들에 매달려 운전하는 꼴이 된다. 긴급 상황에서 제대로된 스티어링을 할 수 없어 대단히 위험하다.
핸들은 9시와 3시 방향을 양손으로 잡아야 한다. 그 상태에서 팔이 교차하도록 핸들을 180도 돌렸을 때 등이 시트에서 떨어지지 않고 팔꿈치가 옆구리에 걸리지 않는 상태가 가장 좋은 운전 포지션이다.
◇겨울 타이어는 필수품=겨울이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안전을 위해 겨울용 타이어를 끼우는 게 좋다. 한국타이어가 테스트한 결과에 따르면 눈길에서 시속 40㎞로 달리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대 겨울용 타이어는 제동거리가 18.49m인 반면 사계절용 타이어는 37.84m로 두 배 가까이 된다.
겨울용 타이어는 추운 날씨에서도 타이어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성분을 첨가했다. 타이어 표면에도 가로 홈을 파 넣어 눈을 절삭해가며 주행할 수 있다. 스키의 에지(edge)와 같이 눈에 대한 저항이 커지도록 디자인 한 것도 특징이다.
만약 눈길에서 차 바퀴가 헛돌아 출발이 안될 때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야 한다. 계속 밟으면 바퀴가 헛돌면서 눈 속에 더 깊게 파묻히게 된다. 이럴 땐 후진기어를 넣고 천천히 뒤로 물러난 뒤 다시 출발해야 한다.
◇미끄러질 때 브레이크는 금물=눈길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턴을 하다 차가 미끄러져 컨트롤을 상실할 때다. 보통 뒷바퀴가 미끄러지는데 이때는 가속페달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핸들링만으로 통제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핸들을 틀어 컨트를을 회복시키는 동작을 ‘카운터 스티어링’이라고 한다. 차량 앞쪽이 돌아가는 방향의 반대로 핸들을 꺾는다고 말해도 같은 표현이다. 이 동작을 통해 자동차 통제력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곧바로 핸들을 풀어 2차 스핀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의 운전자는 차 뒷바퀴가 미끄러지면 놀란 나머지 브레이크를 밟는데 그러면 차가 빙글 돌아가는 스핀으로 곧장 이어진다. 핸들링으로 어느 정도 통제력을 회복시킨 뒤에 천천히 감속해야 한다.
◇브레이크는 강하게, 코너링은 부드럽게=눈길에서 직선주행을 하다 급정거를 해야 할 때는 페달을 최대한 세게 밟아 브레이크 압력을 단번에 최대치로 올려야 한다. 때로는 몇 ㎝ 차이로 사고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BMW드라이빙센터 측은 “잠김방지브레이크시스템(ABS)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최근 법에 의해 의무화된 ABS는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바퀴의 구름은 멈추되 차체는 관성에 의해 계속 움직이는 현상을 방지하는 장치다. 급정거를 하면 전자제어장치가 ABS를 작동시키는데 페달을 밟은 발에 ‘탁탁탁탁’하는 저항과 진동이 느껴지면 그게 바로 ABS가 작동했다는 신호다. 요컨대, 긴급 제공이 필요할 땐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아 ABS가 작동되게 하는 것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눈길에서의 코너링은 최대한 부드럽게 해야 한다. 코너에 진입하기 전에 최대한 속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리막길에서는 엔진브레이크를 써야 안전하다. 2단 기어로 올라가야 할 정도의 오르막을 반대로 내려온다면 역시 2단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러나 눈이 너무나 많이 쌓였다면 이 모든 요령들도 무력화한다. 그때는 체인 등 장비를 이용해 안전한 곳까지 이동해야 한다. 현대모비스 측은 “허브 디스크 장착타입, 직물타입, 사슬타입, 스프레이 타입 등 용도와 상황에 맞는 미끄럼 방지 용품이 온·오프라인에서 판매되고 있으니 준비해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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