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은 12일 사노피 파스퇴르에 자체 개발한 세포 배양 방식의 백신 생산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총 계약 규모는 1억 5,500만 달러로 국내 기업의 백신 수출로는 사상 최대다. SK케미칼은 기술 수출 계약 체결과 동시에 1,500만 달러를 수령하고 기술 이전 완료 후 2,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이후 추가적인 성과에 따른 기술료로 최대 1억2,0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제품이 상용화될 경우 판매에 따라 일정 비율의 로열티도 추가로 받는다.
사노피에 기술 수출된 SK케미칼의 세포 배양 백신 생산 기술은 기존 유정란 방식과 달리 동물 세포를 활용하기에 생산 과정이 빠르고 효율이 우수하다. SK케미칼은 이 기술을 활용해 2016년 세계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스카이셀플루는 출시 후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1,400만 도즈를 돌파하는 등 안정적으로 시장에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세포배양 기술은 사노피 파스퇴르가 연구개발 중인 범용 독감백신에 적용될 예정이다. 범용 독감백신은 바이러스 사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염기서열을 표적으로 해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까지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독감 백신이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글로벌 제약기업 사노피 그룹의 백신 사업부로 1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독감 백신을 제조·공급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이번 기술 계약은 국산 백신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와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앞으로도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이번 기술 수출 외에도 사노피 파스퇴르와 함께 차세대 폐렴 구균 백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또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지원 아래 국제백신연구소와 장티푸스 백신을, 글로벌 기구인 PATH와 함께 신규 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SK케미칼은 연내 백신 사업을 분사해 별도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란 계획도 밝혔다.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분사 후에는 적극적으로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해 사업을 확장하고, 추후 기업공개를 통해 주주가치 역시 제고하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회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백신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10년 이상 꾸준한 투자를 진행해왔으며 최근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성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경영 전문화 및 고도화를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