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조선 등 한국의 제조업이 벽에 부딪히고 미국의 무역분쟁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ICT와 스타트업을 필두로 한 4차산업이 새로운 돌파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은 각종 규제에 막혀 있어 이를 풀어내지 않고서는 한국호가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인터넷과 스타트업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된 간담회에서는 규제와 관련해 혁신적 전환 정책 없이는 새 먹거리 창출은 힘들다는 절박한 의견이 쏟아졌다.
13일 서울 역삼동 D2 스타트업 팩토리에서 열린 ‘인터넷 산업 규제 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업계 대표들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정부의 규제 혁파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쓴소리를 뱉어냈다.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대표는 “몇 년 전 천송이 코드 구매와 관련해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엑스가 문제가 됐지만 이제는 본인 핸드폰과 아이핀이 아니면 본인인증을 할 수 없다”며 “결국 이렇게 제한된 본인인증 수단은 ‘액티브엑스 2’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며 본인 인증에 대해서는 민간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운수사업법 위법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 카풀 서비스 업체인 풀러스의 김태호 대표는 “국토교통부가 유권해석과 행정지도를 통해 우리 서비스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후 서비스의 합법성 등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정부는 이와 관련해 규제를 해결하기보다 이해충돌 여부만 보고 있어 현재 택시 업계와 강력하게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요구했다.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 중인 달리웍스의 이순호 대표는 “사물인터넷 표준 제정과 같은 것은 정부도 어렵기 때문에 민간 주도로 하게 놔둬 산업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옳다”며 “IoT와 관련한 정부 지원 사업 또한 솔루션이나 하드웨어를 구매하는 데 치중돼 있는데 조금 다른 방식을 고민하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
아직 규제가 본격화되지 않은 분야의 업체 대표들은 혹시나 생길지 모를 규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박재완 맥스트 대표는 “증강현실 분야가 아직 주목도가 크지 않아 규제가 없는 듯하지만 카메라 기반 서비스라는 점에서 ‘구글 글라스’ 때문에 벌어졌던 사생활 침해 같은 문제가 언제든 불거질 것”이라며 “중국에서는 카메라 관련 규제를 확실히 풀어줘 범죄를 예방하거나 조금 더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참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을 넘어 국내 대표 ICT 기업으로 성장한 업체 대표들은 국내 ICT 산업에 정부의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 중인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어떻게 보면 규제보다는 ICT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 문제”라며 “미국의 아마존과 같은 기업은 항상 좋은 사례로 거론되지만 카카오나 네이버와 관련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많은 것 같은데 글로벌 ICT 업체와 국내 기업이 싸우려면 이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외국계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거론하며 ‘평평한 운동장’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골목상권 침해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ICT 서비스라는 것이 기존 산업에서 이해하기 힘든 방향에서 접근하는 게 대부분이며 또 아이디어도 지금까지 봤던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기존 산업과 부딪히는 일이 잦다는 부분을 이해해 줬으며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오늘 제기된 각종 요구를 바탕으로 파괴적 혁신을 수용하는 규제 샌드박스 등 혁신제도를 도입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혁신사업의 사업화 기회를 제공하고 끊임없이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철민·양사록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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