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잇따른 악재에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국회의 근로시간 단축 논의 등 생산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제너럴모터스(GM)발 구조조정까지 더해지며 삼중고를 겪고 있다.
14일 자동차부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미국 GM 본사가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가 올해 연간 판매 목표를 5년 전 수준인 755만대로 대폭 낮추면서 연간 생산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은 한국GM의 구조조정이란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당장 한국GM의 경우 군산공장 폐쇄로 시작된 구조조정이 부평, 창원 공장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부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GM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들은 301개사(화학·철강 회사 등에 부품을 중복 납품하는 업체 17개 제외)에 달한다. 한국GM 공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부평 공장은 1·2차 협력업체 수가 650여개 사에 이르고 1차 협력업체 고용인원만 2만6,000여명에 달한다. 전국에 분포된 한국GM의 2·3차 협력사들까지 모두 합하면 규모는 2,600여 곳으로 늘어난다. 이는 국내 전체 자동차 부품 협력회사(약 9,000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부품업계에서는 한국GM의 1~3차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수를 15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회사의 임원은 “자동차 부품회사들은 1차에서부터 2차, 3차 업체까지 촘촘히 연결돼 있어 1차가 협력사가 흔들리면 아래 단위의 협력사들도 연쇄적으로 경영난에 빠질 수 밖에 없다”면서 “부평, 창원 공장은 폐쇄된 군산공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동률이 높다고 하지만 한국GM의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아 지난 몇 년간 매출이 줄었고, 한국GM 노조의 연대 파업 가능성도 있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위기는 지난해부터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를 보면 구조조정 대상(C·D등급)에 오른 자동차 부품 업체는 16개사로 전년도(5개사)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퇴출이 임박한 D등급을 받은 곳도 13개사에 이른다. 북미·중국 지역 완성차 판매부진으로 부품업체의 수출이 급감하면서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이 늘어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단축 등으로 향후 생산 환경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다. 자동차 도금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가 올라 경영 환경이 나빠진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이 제대로 된 연착륙 방안 없이 시행되면 도금업체는 물론 열처리, 주물, 금형, 단조 등 뿌리산업계가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 악화로 올해 납품 단가 인하 압력까지 받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계들이 잇따른 악재로 줄도산에 놓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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