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4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33만4,000명이 늘어 4개월 만에 다시 30만명대를 회복했다. 새해 최저임금 급등으로 일자리가 대거 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취업자 수로만 보면 상당히 선전했다. 그러나 이는 최근 ‘슈퍼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등 제조업과 건설업이 견인한 것으로 최저임금 영향을 그대로 받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경비 등)에서는 일자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 취약계층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는 ‘역설’이 현실화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최저임금 영향을 직접 받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의 취업자 수 감소 폭은 8만4,000명에 달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급등하자 한발 앞서 무인점포나 무인주문기 등을 속속 도입하고 인력을 미리 줄인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런 추세는 최저임금이 실제 인상된 이달에도 이어져 취업자 수는 7만5,000명이 급감했다. 최저임금이 7.3% 올랐던 지난해 1월 이들 업종의 일자리가 오히려 13만명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최근 2개월 연속 나타난 일자리 증발은 최저임금 급등과 연관성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달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각각 10만개 안팎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며 고용시장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만6,000명 늘었다. 2016년 3월(11만1,000명)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증가하며 취업자가 대거 늘었다. 건설업 역시 취업자가 9만9,000명 증가했는데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마무리 공사로 일자리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 고용여건도 다소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 고용개선으로 청년(15~29세)취업자는 3만1,000명 늘어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청년 고용률은 0.8%포인트 상승한 42.2%를 기록했고 청년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 역시 21.8%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지난달 고용 여건은 다소 개선됐지만 앞으로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다음 달 졸업 시즌이 지나면 지금까지는 학생으로 분류됐던 청년층이 대거 구직자로 지위가 바뀌는데다 통상압박, 조선업 등 주력산업의 부진 등도 부담요인이다. 이달 7개월 만에 다시 100만명대에 진입한 실업자 수도 점차 늘 여지가 많다.
/세종=임진혁·서민준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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