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탈퇴 가능성에 GM이 오는 3월 신차 배정에서 멕시코와 한국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프타 폐기로 관세가 부활할 수 있는 멕시코 공장을 돌리는 것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양허 혜택을 볼 수 있는 한국GM이 생산에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GM 문제를 꼭 철수라는 시각에서만 볼 게 아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신차 배정을 놓고 벌어지는 멕시코와 한국법인 간의 내부경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에 멕시코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업체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포드가 대선 이후 멕시코 공장 추가 건설계획을 폐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취임 이후에는 ‘국경세’로 포드와 GM·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내 자동차 빅3를 압박했고 최근까지 나프타 탈퇴로 이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1월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멕시코의 픽업트럭 생산기지를 미시간주로 옮기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나프타 재협상 결과에 따라 멕시코 내 공장 가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북미에서의 생산계획은 변경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GM은 멕시코 공장에서 픽업트럭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나프타 재협상 결과에 따라서 북미 시장용 픽업트럭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차종을 한국GM에서 생산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나프타와 달리 한미 FTA가 전선을 넓히지 않은 것도 우리에게는 강점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전일 기자단과의 만찬 간담회를 통해 “자동차 사업 전반에 대한 FTA 협상에서 GM 문제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관건은 정부의 지원 여부다. 산업은행에 유상증자와 대출, 그리고 정부에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요청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한국GM이 멕시코를 따돌리고 글로벌 전략차종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와 관련해 백 장관은 “GM 입장에서는 멕시코보다 높은 (우리나라의) 임금하고 낮은 노동생산성이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체적인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노사정위원회가 가동되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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