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다. 고혈압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은 신장(콩팥)을 망가뜨리고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망가진 신장과 췌장을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장·췌장이식. 국내에서 가장 많은 5,000건의 신장이식과 380건의 췌장이식 수술을 한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팀이 2015년 2월 이후 신장이식을 한 환자의 1년 생존율은 99%, 5년 생존율은 97.7%로 세계 유수의 장기이식센터와 대등한 수준이다. 췌장이식을 받은 380명 중 200명가량은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받은 경우다.
문제는 장기기증 뇌사자에 비해 장기를 기다리는 환자가 훨씬 많아 신장은 5~7년을, 췌장은 1년가량을 기다려야 한다는 데 있다.
“인슐린 문제해결 확실한 방법
초기에 췌장이식땐 합병증 막아
장기기증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
췌장·신장 동시이식 우선권 필요”
서울아산병원의 신장·췌장이식팀을 이끌고 있는 한덕종 교수는 “췌장이식은 수술실에서 환자가 나오자마자 한순간에 인슐린 주사 등에서 해방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큰 수술이라 합병증이 있을 수 있고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지만 이보다 좋은 방법은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뇨병은 지속될수록 다양한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져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 초기 췌장이식수술을 통해 합병증을 막는 게 좋다”며 “초기 췌장 단독이식을 하면 당뇨병의 3대 합병증인 망막변성, 신경합병증, 자율신경계 이상을 겪기 전에 인슐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췌장이식을 받은 당뇨병 환자들의 생존율을 분석해보니 1년 생존율이 98%, 10년 생존율이 95.1%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 10명 중 9명은 췌장이식 직후 인슐린 주사를 끊었고 합병증 진행도 멎어 사실상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술 이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불편이 따랐다.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베타세포만 이식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 수많은 난관을 뚫어야 한다. 효소로 베타세포벽을 녹여 세포를 분리정제한 뒤 췌장에 주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식 1일 뒤까지 살아남는 세포가 25%를 밑돈다. 그래서 2~3차례 이식을 하기도 하지만 효과가 그리 신통치 않다. 몸무게가 70~100㎏쯤 나가는 미니돼지의 췌장 베타세포를 분리정제해 넣어주기도 하지만 면역거부반응 극복 등이 숙제다. 줄기세포는 암세포화할 우려가 있다. 한 교수는 “차라리 몸속 혈당을 측정해 자동으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인슐린 펌프가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기간을 줄이려면 장기기증자가 늘어야 하지만 신장·췌장 동시이식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한 교수는 “장기이식의 우선순위가 신장에 맞춰져 있는데 신장만 이식하는 것보다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게 소중한 두 장기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장 대기순위가 우선이다 보니 콩팥만 쓰고 췌장은 못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췌장도 신장처럼 가족 등에게서 40%가량을 떼어내 생체이식을 하기도 한다. 그런 환자가 380명 중 21명쯤 된다. 제대로 기능하는 췌장이 20~30%만 돼도 혈당조절이 안 되는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췌장의 40%가량을 다른 사람에게 기증할 수 있는 가족 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췌장을 40%가량 떼주고도 당뇨병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야 하기 때문에 당뇨병 전 단계인 경우라도 탈락하기 때문이다.
신장 기능이 10~15% 이하로 떨어진 말기 만성 신부전(콩팥기능부전)은 혈액 노폐물을 걸러주는 콩팥 혈관꽈리(사구체)의 여과 기능이 크게 떨어져 혈액투석·복막투석이나 이식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5,000건의 신장이식을 한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대표적 만성질환인 당뇨병·고혈압의 합병증으로 신장이 망가진 환자의 비율이 1990~2010년 15%(당뇨병 11%, 고혈압 4%)에서 2011년 이후 39%(당뇨병 25%, 고혈압 14%)로 2.6배나 불어났다.
콩팥은 △몸에서 생기거나 외부에서 몸으로 들어온 노폐물을 걸러내 배설하고 △중요 호르몬(비타민D3 활성화, 레닌 생성, 조혈호르몬 생성) 분비 △세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체액의 산성도·전해질·수분 조절)한다. 기능이 떨어져도 남아 있는 조직을 최대로 가동하는 적응력이 뛰어나 70%가 손상되더라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췌장(이자)은 십이지장과 연결돼 있는 10㎝ 길이의 길쭉한 기관. 소화 효소와 인슐린이 분비되기 때문에 췌장이 망가지면 혈당 조절이 어렵고 결국 신장까지 망가지고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거나 다리를 잘라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도 있다. 성인의 췌장은 평균 100g 안팎인데 40%만 제 기능을 발휘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