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공무원이었던 80대 A씨 부부는 몇 년 전 수도권의 한 실버타운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삼시 세끼 차려 먹기도 힘들어지고 청소나 고장 수리 등 집 관리도 버거웠다. 특히 의원급 진료 시설이 내부에 있어 잔병 치료 정도는 외부 병원을 찾을 필요도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어서 이주를 결정했다고 한다.
고령화가 갈수록 진전하면서 실버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실버주택은 크게 임대형과 분양형으로 나뉜다. 임대형은 전세금에 해당하는 임대보증금과 매월 일정액의 비용을 내는 방식이다. 매달 내는 비용에는 전기·가스 등 관리비, 식사비, 청소비, 헬스장 등의 시설 사용료, 문화센터 이용료 등이 포함돼 있다. 분양형은 소유권을 가질 수 있고 전매도 가능하다. 대신 관리업체가 식당·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해야 한다.
고급 실버타운은 입주 보증금과 매월 들어가는 관리비가 만만치 않은 수준이지만 방이 없어 수개월 대기는 기본이고 분양형 주택 역시 두자릿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고급 실버타운인 서울 광진구의 더 클래식500의 경우 총 380세대가 거의 만실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약 50세대가 입주 대기 중”이라며 “퇴실하는 가구가 드물어 대기 시간이 6개월~1년씩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의 삼성노블카운티 역시 마찬가지다. 560세대 중 입주율이 97%에 달한다. 원하는 층이나 조망의 방이 나오면 입주하겠다고 대기 중인 노인들도 있다. 지난 2010년 이전에는 입주율이 절반에도 못 미쳤고 3년 전만 해도 70%선에 그쳤으나 지금은 거의 만실 수준이다.
두 실버주택은 임대형 실버주택으로 입주 보증금이나 매달 관리비(식사 등 포함)가 만만치 않다. 더클래식500의 경우 부부가 입주할 경우 보증금 7억원에 매달 1인당 약 200만~250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삼성 노블카운티는 방 크기에 따라 보증금 4억~7억원에 매달 1인당 190만~200만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고준호 삼성노블카운티 원장은 “과거에는 입주자를 모집하기 위해 마케팅도 활발하게 했으나 이제는 마케팅 없이도 수요자들이 찾아온다”며 “약 2~3년 전부터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분양형 실버주택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용인 수지 풍덕천동에서 분양한 노인복지주택인 ‘수지 광교산 아이파크’는 537가구 모집에 5,502명이 몰려 경쟁률 10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공급한 동백 스프링카운티자이도 약 1,300세대 물량이 약 3개월 만에 완판됐다. 이 같은 분양형 실버주택에는 노약자 확인 안전 서비스, 친노약자 설계 등이 도입됐다.
실버주택 전문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60세 이상만 분양받을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관심 있는 수요자들이 예상보다 많았다”고 전했다.
다만 분양형 실버주택의 경우 입주 후 관리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5년 7월 이후부터는 금지됐다. 그동안 분양했거나 분양예정인 실버주택은 모두 지난해 9월 이전에 분양승인을 받은 주택들이다.
앞으로 실버주택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성비 좋은 실버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제대로 된 관리업체가 관리하는 실버주택은 입주보증금이나 월 관리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고 원장은 “베이비부머가 70세가 되는 시기인 오는 2020년부터 실버주택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며 “중산층이나 서민층도 접근 가능한 시설에 대해 대기업의 투자가 가능하게끔 선제적으로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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