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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55회>드디어 봄! 다시 보는 입문용 모터사이클

우리가 모터사이클을 타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슈퍼카 같은 가속감, 짜릿한 코너링, 거친 임도, 온몸으로 느껴지는 바람?

다 맞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멋짐’입니다. ‘바이크 타는 나, 좀 간지나…(두근)’이런 느낌이 있어야 된단 말입니다. 지금 저 혼자 허세부리는 거 아니죠?

그런데 그 ‘바이크의 멋짐’이란 것도 갈래가 나뉩니다. 어떤 바이크가 멋지다고 느끼는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바이크를 좀 타보기 전까진 본인 취향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면 잘 모르는 사람 눈엔 바이크는 그냥 다 비슷한 오두바이거든요. 마치 휴가 나온 군인이 아무리 군화를 광내고 멋을 내도 일반인들은 절대 모르는 것처럼요.

그래서 오늘 입문용 바이크를 한번 정리해보기에 앞서, 우리 뉴비들은 취향테스트를 한 번 해보고 넘어갑시다. 아래 사진 세 개 중에서 가장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로 골라주세요.

1. 나는 좀 차가운 도시의 인간




2, 크아 지구 내꺼


3.(경고)이런 건 늦어도 이십대 초반까진 끝내는 겁니다


그럼 이제 취향별로 어떤 바이크가 입문용으로 좋을지 살펴봅니다. 스쿠터는 그냥 알아서 타시고(무책임) 매뉴얼 바이크로만 꼽아 봤습니다.

1.요즘 제일 핫한 클래식 레트로 갬.성.

아시겠지만 제가 이쪽입니다. 지금까지 이 바이크 저 바이크 찔끔찔끔 타봤는데 저의 감성은 클래식이더군요. 시작도 울프클래식 125였죠. 바로 이 녀석입니다. 바이크 강국인 대만 태생이라 가격, 내구성, 부품 수급 모두 훌륭하고 디자인도 예쁘죠. 청량리역 근처에서 10년 먹은 울프 클래식을 중고로 사서 겁도 없이 첫 공도 주행을 해버린 저의 뉴비 시절이 막 떠오르네요.

울프 클래식 125


그땐 울프 클래식이 독보적인 바이크(?!)라고 생각했는데, 비슷하게 생긴 입문용 클래식 바이크가 많긴 합니다. 중고로만 구할 수 있는 혼다의 벤리50처럼 작고 귀여운 바이크도 있고,

벤리50. 50CC라 최고속도는 60~70 수준입니다. 하지만 큐트합니다.


역시 혼다의 CG125는 국내에선 울프클래식의 강력한 라이벌입니다. 정식 수입되지 않아서 판매 대수는 울프보다 적겠죠. 하지만 혼다의 피를 이어받은지라(오리지널은 단종됐지만 중국 업체-혼다의 합작사인 신대주혼다에서 계속 생산 중입니다) 신차 한번 내리면 고장이 잘 안 난다고 하더군요. 디자인은 제가 보기엔 울프보다 투박한 감이 있는데, 이쪽이 더 취향이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혼다의 CG125


야마하의 YB125도 가끔 길에서 눈에 띕니다.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아 병행 수입업체를 거쳐야 하는데요. 요즘 병행 수입업체들도 괜찮은 가격에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겁먹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야마하, YB125


그리고 여기부턴 제가 입문할 때만 해도 아예 없었거나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클래식 바이크의 신인류들입니다. 대부분 눈에 확 띄는 디자인과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특징을 갖고 있죠.

먼저 이탈리아 브랜드 이탈젯의 그리폰125. 중국 생산이라 초기에 품질과 관련된 불만이 적잖았던 듯하지만 올해부터는 이탈리아 공장도 가동한다고 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예쁜데 가까이서 보면 약간 허접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점!

그리폰125. 400cc짜리도 있어서 좀 더 높은 배기량으로 입문하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적당.


그리고 몬디알 힙스터입니다. 125㏄에 이어 250㏄도 출시될 예정이라죠. 타는 분들을 거의 못봐서 품질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눈에 확 들어오기로는 얘만한 애가 없습니다. 이름부터가 그렇잖아요. 우연히 정차된 몬디알 힙스터 125㏄를 본 적이 있는데, 크기는 울프 등등보다 크더군요. 야마하 SR400 정도 크기는 돼보였습니다.

이쁨이 묻어나는 몬디알 힙스터125.


그리고 한웨이의 스크램블러와 블랙카페125. 세련된 클래식바이크들로 유럽 감성이 묻어있지만 역시 중국산입니다. 한웨이는 영국 바이크 회사인 스코마디의 OEM 파트너였구요.

한웨이 스크램블러


한웨이 블랙카페125.


중국산 바이크의 품질에 대해 회의적인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비싼 유럽 바이크를 잘못 뽑는 바람에 고생하시는 분들 이야기도 가끔 들려오지 않던가요. 그리고 중국산에 대한 편견도 슬슬 없앨 때가 됐습니다. DJI, 샤오미 같은 중국 기업들이 앞으론 점점 많아질테니까요.

정리하다보니 저배기량 클래식 바이크들이 진짜 열풍이긴 듯합니다. 이렇게 모델이 많아지다니.



2. 평생 가는 아메리칸 취향

2번 사진을 택하신 분이라면 여유로운 아메리칸 감성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연스럽게 할리데이비슨 매니아로 거듭나실 공산이 크구요. 국내에선 할리데이비슨 오너들의 연령대가 상당히 높은편(;;;)이긴 하지만 젊은층에서도 할리 매니아들이 분명히 있고, 아메리칸 바이크에 대한 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메리칸으로 입문하기에는 선택지가 좀 좁은 편입니다. 일단 할리데이비슨은 125cc 바이크도 없고 가격도 최하 2,000만원이거든요. 물론 여유가 있고 바이크에 돈을 들여도 된다면 할리데이비슨 883, 포티에잇 같은 모델부터 시작해볼 만하겠죠.

할리데이비슨 아이언883


하지만 대다수의 입문자들은 첫 바이크에 수천만원씩 들일 엄두를 못 냅니다. 그래도 아메리칸 바이크의 실루엣이 끌린다면, 국산인 미라쥬도 추천해봅니다. 2종소형 면허 딸 때 연습하는 바로 그 바이크 말입니다.

퀵 아저씨들이 애용하는 바이크다보니 일부 몰지각한(!!) 라이더들이 감히 미라쥬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국산이라 가격·유지비 저렴하고 부품 수급 잘되고, 성능도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입니다. 생업에 이 바이크를 쓰는 분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내구성이 좋다는 의미겠죠.

그리고 반짝반짝한 미라쥬 신차 본 적 있으신 분? 상당히 예쁩니다. ‘미라쥬 커스텀’으로 검색해보시면 간지나게 잘 꾸며서 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반짝이는 미라쥬650/자료사진 네이버 자동차


2016년 서울모터사이클쇼에 전시된 미라쥬300. 저도 미라쥬 신차를 본 게 이때가 처음이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예쁜 바이크인줄 미처 몰랐으니까요.


3. 오늘만 산다, 화끈한 레플리카

천장지구 포스터를 고른 여러분들의 피끓는 열정에 박수부터 보내봅니다. 바이크의 거친 배기음과 속도에 반하신 분들이라면 ‘R차’라고 불리는 레플리카가 제격입니다. 아메리칸에 비해 입문용 바이크의 선택지도 많은 편입니다. 혼다의 CBR125R이 대표적인 선택지입니다. 저도 울프로 바이크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3개월 만에 무리 없이 탔을 정도로 편한 바이크죠. 일부 퀵 아재들이 생업용으로 택할 만큼 내구성도 끝내줍니다.

츅, 이라고도 불리는 혼다 CBR125R.


국산 중에선 코멧125R이 눈에 띕니다. 바이크 자체가 무겁고 잔고장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가격도, 유지비도 저렴합니다.

이밖에 R차가 아닌, 네이키드라는 장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25cc인 혼다의 MSX는 조그만 녀석이 참 힘이 좋습니다. 울프를 타다가 MSX를 시승해봤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네요. 조금 과장하자면 느리고 둔한 일반 소형차와 BMW 미니 쿠퍼 정도로 민첩함, 토크의 차이가 납니다. 배기량을 좀더 높여서 시작하고 싶다면 321㏄인 야마하의 MT-03도 관심을 가져볼만 합니다.

야마하 MT-03. 간지뿜뿜.../자료사진 네이버 자동차


돈과 연습할 시간과 도와줄 지인과 운동신경에 배짱까지 갖추신 분이라면 바로 1,000㏄ 안팎의 리터급 바이크로 입문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입문해서 멀쩡히 잘 타고 다니시는 분들도 주위에 몇 분 있긴 하구요. 하지만 그 뭐랄까, 조그만 배기량부터 시작해서 늘려나갔다가 다시 본인에게 맞는 배기량으로 돌아오는 그런 재미도 쏠쏠하니까요. 그리고 어쨌거나 저배기량은 작고 타기 쉬워서 금방 재미 붙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첫 바이크는 중고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처음에는 자기 취향을 찾는 과정이 필요해서 괜히 처음부터 신차 뽑았다가 두 달만에 마음이 떠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돈도 문제구요. 신차는 차량 가격에 취등록세 부담까지 커지니깐요. 물론 그만한 재력이 있으시다면 마음대로 신차 몇 대씩 뽑아서 차고에 진열해놓고 저 좀 구경시켜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슬슬 날이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투어는 아직이지만 동네 마실 정도는 슬슬 시동을 걸어볼까 합니다. 도로에서 만나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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