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에 있는 상원사는 신라 성덕왕 4년(705년)에 보천과 효명 왕자가 창건한 진여원(眞如院)이라는 절에서 시작된 사찰이다. 조카인 단종을 밀어내고 왕에 즉위한 세조가 피부병으로 고생하다 이곳에서 문수동자를 만났고 질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전한다. 신라 때부터 이어온 오대산 문수신앙에 조선의 왕실 배경까지 더해진 상원사 법당에 봉안돼 있는 국보 제221호 목조문수동자좌상은 예배의 대상으로 제작된 국내 유일의 동자상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최근에 이 동자상 안에서 복장 유물이 나왔고 ‘조선 세조의 둘째 딸 의숙공주 부부가 세조 12년(1466년)에 이 문수동자상을 만들어 모셨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가 분명한데다 왕실 발원으로 제작된 드문 사례라 조선 전기 불상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동자상은 고개를 약간 숙인 자세다. 머리는 양쪽으로 묶어 올린 동자머리를 하고 있다. 도톰한 볼이 어린아이 같은 천진스러운 표정을 만든다. 오른손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왼손은 엄지와 약지를 닿을 듯 들고 있는 섬세한 손가락 표현이 돋보인다. 몸 위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옷 주름의 표현이나 가슴에 늘어진 구슬장식 등에서 정교하고 화려한 궁정 취향의 세련미를 느낄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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