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파는 싸구려 플라스틱 소쿠리부터 빗자루, 돼지저금통, 풍선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흔한 소모품을 활용해 다양한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최정화(57·사진) 작가가 쓰고 버리는 식기(食器)로 신작을 준비한다. 쓰임을 다한 식기를 소재로 한 이번 신작 프로젝트명은 ‘민들레 민(民)들(土)레(來)’로 지었다. 이 작업을 위해 다음 달 10일과 11일 이틀간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서 식기모음행사 ‘모이자 모으자’가 열릴 예정이다. 유리 소재만 아니면 그릇의 종류와 크기는 상관없이 기증받는 자리다.
이번 일반인 참여형 기증 프로젝트로 제작될 신작은 오는 9월 8일 서울관에서 막 올리는 ‘MMCA 현대차(005380) 시리즈’를 통해 선보이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6일 “MMCA 현대차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가로 한국적인 정체성을 기반으로 국제적인 활동을 선보이는 최정화 작가를 선정했다”면서 “최 작가는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확장하고 국제무대에서 지역성과 보편성을 담아내는 작가로 주목받아왔다”고 밝혔다. ‘MMCA 현대차 시리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차가 협력해 10년 장기 연례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것으로 지난 2014년 작가 이불을 시작으로 안규철, 김수자, 임흥순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진작가들에게 대규모 신작 전시의 기회를 제공했다.
최 작가는 미술관 마당에서 기증받은 그릇에 참여자의 이름을 일일이 새겨 높이 8.4m 짜리 작품을 제작할 계획이다. 그는 대량생산된 일상의 소비재를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방식을 통해 고급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며 한국사회의 일면을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신작 또한 일상의 삶과 예술을 결합한 공공미술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 작가는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미술감독도 맡고 있다.
한편 이번 MMCA 현대차 시리즈의 작가선정에는 안소연(전 플라토미술관 부관장), 박영택(경기대학교 교수), 최태만(국민대학교 교수, 2016 부산비엔날레 총감독), 바르토메우 마리(국립현대미술관장), 강승완(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등 5인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심사위원단은 최 작가를 “관객과 소통하며 한국 사회의 일면을 독특한 철학과 정서로 담아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아온 작가”로 평가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