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느껴졌던 ‘맞춤양복’ 붐이 불고 있다. 지난해 여성 슈트가 ‘알파걸’ 트렌드를 업고 몇 년 간 대세였던 캐주얼을 상대로 반격에 나서더니 이제는 기성복 슈트를 뛰어 넘어 맞춤 정장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장미라사, 비아바이 이정기, 월계수양복점, 세기테일러 등 주요 비스포크 및 맞춤 양복 브랜드들의 경우 여성 고객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장미라사 측은 최근 여성 매출이 30% 가량 늘었으며 비아바이 이정기는 10명 중 2~3명이 여성 고객이라고 전했다. 월계수양복점 역시 여성 비중이 30%까지 육박했다. 심지어 커플룩 슈트를 맞추는 남녀 커플도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맞춤 양복 중에서도 특히 ‘비스포크(비접착식 맞춤 슈트)’는 기성복 슈트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고객이 처음부터 마스터 테일러와 함께 콘셉트를 잡고 기획을 함께 하는 등 제작에 참여한다. 소재, 디자인, 액세서리 하나까지도 고객의 선호가 그대로 반영되며 수제공정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30~40대 젊은 남성들은 맞춤 양복에서 자신만의 취향과 가치가 담긴 옷을 찾기 시작했다.
성공한 여성들이 자기 표현에 적극 나서면서 맞춤 양복 시장에 여성 파워도 커지는 모습이다. 한정판이 인기를 끌고 나만의 맞춤 제품이 트렌드로 부상한 것과 더불어 소비자의 감성과 정서까지 만족시키는 가심비 열풍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이정기 비아바이 이정기 대표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간 영향도 크다”면서 “과거에는 슈트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여성들이 매니쉬한 슈트를 통해 오히려 여성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자신의 워킹 파워를 보여주려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이영원 장미라사 대표는 “여성들 마다 워낙 체형이 다양하고 아우라가 다른데 규격화된 사이즈가 한계인 기성복 슈트로는 이를 커버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알파걸들이 자신에게 완벽하게 맞는 슈트를 찾기 위해 비스포크 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장미라사는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최근 가수 솔비와 함께 협업해 룩북을 완성, 여성 슈트의 모습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선보였다. 이번 룩북은 ‘캐주얼과 클래식의 만남’을 테마로 힙합 스타일의 슈트는 물론 클래식의 변주를 통해 다양한 슈트 스타일을 제안했다. 월계수양복점은 최근 여성 소비자가 늘어나 이들을 위한 팸플릿을 준비하고 있다.
함성일 월계수양복점 대표는 “몸에 잘 맞는 맞춤슈트는 입는 사람은 물론 보는 사람도 편안하게 보이게 한다”며 “슈트를 맞추지 위해 오는 여성 고객들의 대부분이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자신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중시하는 공통점이 발견된다”고 전했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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