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실사를 앞두고 정부가 “최소 5년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신차를 배정하는 정도의 투자계획이 있어야 조세감면이 되는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한국GM 자본잠식에 대주주인 제너럴모터스(GM)의 책임이 큰 만큼 수십 대 일의 차등감자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보면 지정 요건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신차 배정과 관련한 투자계획이 어느 정도 돼야 받아갈 수 있는데 일단 제일 중요한 것은 신차 모델과 성격이며 우리나라에서 최소한 5년 이상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외투법은 조세특례제한법 등에 따라 제조업의 경우 3,000만달러 이상의 신규 ‘설비투자’가 이뤄지면 심의를 거쳐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 5년간 100%, 2년간 50%의 세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취득·등록세나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현금지원과 국공유재산에 대한 임대료 지원도 받을 수 있다. GM 측은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우리 정부에 외투지역 지정과 재정지원, 유상증자 등의 방안을 요청한 바 있다.
5년 이상 신차 배정은 정부가 GM에 제시한 경영 정상화 3대 원칙 중 장기 정상화 방안 마련 원칙이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2일 배리 엥글 GM 사장에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 등 3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차 배정이) 너무 작은 물량이면 (정상화 방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사가 끝나면 대주주인 GM 본사 측의 제1원칙 실행 방안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에서는 GM이 한국GM에 꿔준 차입금 3조원가량을 출자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산업은행 지분(17.02%)이 희석돼 주주총회의 거부권을 지키기가 어렵게 된다. 때문에 GM이 차입금 모두를 출자 전환하는 것을 가정하면 산은이 거부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략 20대1 수준의 대주주 차등감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는 대주주 차등감자나 노사 협의에 따른 고통분담 방안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두고는 아직 GM 측과 협의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실무 단계에서 논의가 될 수 있지만 (감자 등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숫자가 나올 단계가 아니다”라며 “실사를 해야 재무구조의 문제가 나오고, 그걸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방법은 그 뒤에, 그에 따라 신차 배정과 외투지역 지정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GM과의 협상과는 별도로 군산공장 폐쇄 이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거기까지 논의가 가지 않았지만 군산공장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충분히 산업부가 관심을 가질 주제”라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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