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 로빈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진화 인류학 연구 과학자
우간다의 브윈디 천연국립공원에서 고릴라들끼리의 큰 싸움은 흔하지 않다. 그러나 일단 벌어지면 지배권이 바뀐다. 권력 서열이 바뀌는 것이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2001년 ‘루키나’라는 이름의 젊은 수컷 고릴라가 우두머리인 ‘제우스’의 자리를 뺏으려 한 것이었다.
우두머리는 무리가 음식을 먹을 자리를 정할 수 있고, 많은 암컷과 짝짓기를 할 수 있으므로, 우두머리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치열하다. 둘의 싸움은 무려 3년이나 지속 되었다. ‘루키나’가 충분히 커져 ‘제우스’를 쓰러뜨릴 수 있을 때까지 투쟁의 연속이었다.
이후 ‘루키나’는 11년을 집권하면서, 새로운 멤버들을 무리에 끌어들였다. 우리 모두는 그가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집권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루키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른 고릴라에게 싸우다 죽은 것이 아니라, 둥지에 누워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었다. 이런 사고는 동물 세계에서 벌어졌을 때 더욱 충격적인 것 같다. 그 소식을 들으니,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을 때 세상이 그야말로 번개같이 바뀐다는 것이 새삼 실감이 났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Mary Bath Grig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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