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069년인가?
▶ 2069년으로 정해진 것은 왠지 뜬금없어 보인다. 그러나 생각없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지난 2016년, NASA의 예산안을 정할 때 텍사스 주 하원의원 존 컬버슨은 NASA에 2069년에 알파 센타우리 탐사 임무를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이 역시 생각없이 정해지지 않았다.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2069년의 ‘69’를 또 다른 어떤 우주 관련 소식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정확하다. 명왕성을 지나 현재 우리 태양계의 변두리로 나아가고 있는 ‘뉴 호라이즌스’ 탐사선이 오는 2019년에 신비의 천체인 MU69를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NASA는 이 천체에 좋은 별명을 지어주려고 하고 있다.
알파 센타우리는 왜 가야 하는가?
▶ 과학자들은 여러 망원경으로 멀리 떨어진 태양계 밖 행성들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있다. 때문에 인류가 탐사한 우주가 은하의 지극히 작은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잊기 쉽다. 그러나 보이저 1호가 태양계 밖으로 벗어난 것도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태양계 밖에서 지구로 온 암석에 대한 보고가 들어온 것도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태양계 밖으로 나가도, 이웃 천체는 그리 가까운 곳에 있지 않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태양계는 알파 센타우리다. 지구에서 4광년 이상 떨어져 있다. 이곳의 두 항성인 알파 센타우리 A와 B는 짝을 이루며 도는 쌍성이다. 이들보다 지구에서 더 가까운 항성은 이들 두 항성의 형제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다. 프록시마 센타우리와 지구 사이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간의 거리의 약 13,000배 정도 거리다. 따라서 알파 센타우리 탐사 임무는 아마 프록시마 센타우리 탐사 임무가 될 것이다. 우주 탐사 전반을 놓고 볼 때 이웃 태양계 탐사는 매우 타당한 수순이다.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 여하에 따라 또 보낼 수도 있다. 그리고 태양계의 모든 행성의 선명한 사진을 찍었다. 또다른 행성이 발견될 경우 또 찍을 수도 있다. 그리고 탐사선을 보내 생명이 거주할 가능성이 있는 얼음 위성에서 물을 찾는 임무를 계획 중이다. 그런 우리가 태양계라는 작은 방을 벗어나 성간 우주까지 우주선을 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프록시마 센타우리에 가면 1개 이상의 행성을 볼 수 있다는 또다른 장점도 있다. 이 행성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암석형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거기서 생명체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적어도 그 행성에서의 생명 진화 가능성을 알아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 곳에는 외계 생명체가 있을까?
▶ 보통 암석 표면과 액체 상태의 물을 갖춘 행성이라면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인류가 아는 생명체는 지구에 사는 것 밖에는 없지만, 지구의 생명체를 보면 물이 생명의 존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적색왜성이므로, 생명체 거주가능 구역, 즉 액체 상태의 물을 지닌 행성이 존재할 수 있는 구역은 태양보다는 훨씬 작다. 그러나 이 구역에 암석형일 가능성이 있는 작은 행성이 있는 것 같다. 이 곳에 있을 행성이나 위성의 개수는 아직 모른다. 따라서 여기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다. 2069년이 되면 더 많은 정보가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간 프로젝트 ‘프로젝트 블루’에서 2019년까지 우주망원경을 발사하여 이 태양계를 촬영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리나?
▶ 정말 까다로운 부분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꽤 오래 걸린다. ‘뉴 호라이즌스’ 호는 시속 58,000km 이상으로 비행한다. 그러나 우주의 광대함에 비하면 이 속도도 거북이 걸음에 불과하다. 이 속도로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려면 무려 78,00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계획은 항상 미래를 내다보고 해야 하지만, 앞으로 78,000년 이내에 인간을 성간우주에 보내지 못한다면 포기하는 편이 낫다. 그 사이에 인류가 워프 드라이브를 발명할 수도, 혹은 멸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는 데 78,000년이나 걸리는 우주선이라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너무 구식이 되어 있을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NASA는 더욱 빨리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NASA의 2016년도 지침에서는 광속의 10%로 비행하는 우주선을 만들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 우주선이라면 알파 센타우리까지 44년만에 갈 수 있다.
그게 정말 가능한가?
▶ 어쩌면. 물론 그렇다고 절대 안 된다고 볼 이유도 없다. 또 NASA에서만 이런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전에도 백만장자 유리 밀너가 알파 센타우리에 탐사선을 보내기 위한 ‘브레이크스루 스타샷’이라는 기획을 추진했다. 이 계획에서는 빛으로 추진되는 나노크래프트 탐사선을 만들고자 했다. 한 척의 무게가 몇 그램밖에 되지 않는다. 이 탐사선을 우주로 보내고, 태양 돛에 거대 레이저를 쬐어 추진시킨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구현하려면 갈 길이 멀다. NASA는 그 외에도 여러 새로운 추진 수단을 연구 중이지만, 이 중 아직 2069년까지 실용화될 거라고 보장된 기술은 없다. 현재 기준으로 봐도, 기술 준비도(Technology Readiness Level, TRL) 1 또는 2 이상 수준에 도달한 기술이 없다. 즉 추진 체계의 작동에 필요한 기본 원리만 간신히 아는 수준이거나, 이러한 기본 원리를 구현하기 위한 대충의 밑그림만 그려진 상태라는 것이다. TRL을 9까지 높여야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즉, 아직은 흥분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 51년은 긴 시간이다. 어쩌면 2113년의 사람들은 첫 태양계 밖 행성 탐사선의 목적지 도착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소식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도 4년 넘게 걸린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RACHEL FEL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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