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던 리퍼트는 호놀룰루의 해변에서 파도를 타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다른 사람의 서핑 보드가 그녀의 두 눈 사이를 때렸다. 하마터면 의식을 잃을 뻔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축구 선수였고 이 곳에서 10년 전부터 서핑을 해서 운동 능력이 뛰어나던 리퍼트는 다시 몸을 가눌 수 있었다. 그녀는 예일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이 곳에 와서 에너지 컨설턴트로 일했다. 하와이 주가 화석 연료를 포기 할 시기였다.
미안해하는 서핑보드 주인이 그녀를 해안으로 데려가는 동안 그녀는 몸을 계속 가누었다.
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눈 사이의 환부 12바늘을 꿰매였고, 걱정스러워하는 간호사들의 간호를 받았다. 그녀의 약혼자인 브로디는 이 일 때문에 결혼식을 몇 주 미뤘다고 말했다. 어떤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별로 보기 좋지는 않을 거예요.”
불운한 사고로 얼굴에 남은 흉터에 대해 리퍼트는 “눈을 다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사건 하나만 가지고 그 일에 대한 결론을 내려버리기는 쉬운 일이다. 그러나 리퍼트는 진정한 낙관론자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고 인류가 스스로가 초래한 파국으로 끌려가고 있지만, 그녀와 같은 수많은 기술 혁신가들은 지구 온난화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실천이 하와이에서 이루어지고 있기에 리퍼트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2015년, 군도로 이루어진 하와이는 모든 전력 회사가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만 발전을 해야 한다는 법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적용기간은 2045년까지다. 리퍼트는 하와이 주가 이 큰 목표를 이룩할 수 있도록 수십 개의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시애틀 토박이인 리퍼트는 <엘레멘탈 엑셀러레이터> 사의 최고경영자이다. 이 곳은 막 시작 단계인 화석연료 대체 기술을 발견해 자금 지원과 성숙을 돕는 비영리 조력단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못 보고 지나친 기발한 것들을 발견해낸 기술 혁신가들을 찾고 있다. 리퍼트는 “이들의 기술이 훌륭하다면,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선 하와이 주의 변화부터 도와야 한다. 문제는 많다. 하와이 주의 전력 회사 컨소시엄인 <하와이안 일렉트릭 컴퍼니즈>는 하와이 주의 8개 섬에 있는 다른 전력 회사들의 노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이 컨소시엄은 리퍼트 같은 개인들의 도움을 받아, 백업용 배터리와 전압 조절용 인버터 달린 주택 옥상용 태양에너지 기술, 풍력발전소, 집합형 수요 반응 소프트웨어, 최대 부하 이전 전기 자동차 충전방식 등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까지 이 곳의 발전량 중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율은 27%다.
이 비율을 100%로 높이기 위해 리퍼트와 그녀의 팀은 전력 저장, 소규모전력망 하드웨어, 전력 효율 개선용 기계학습 소프트웨어 등의 관련 기업들에 많은 지원을 펼쳤다. <엘레멘탈>은 전 세계 63개 신생기업에 2200만 달러를 지원, 하와이 내에서 35개의 시범 프로젝트를 만들어냈다. 또한 비용을 지불 할 강력한 지원군도 구해왔다. 그 중에는 미 해군(연간 600만 달러 지원), 미국 에너지부, 여러 국제 전력 회사들,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부인인 로렌 파웰 잡스가 운영하는 투자 및 독지 재단인 <에머슨 콜렉티브>도 있다.
미국 본토는 하와이 주의 이러한 실험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리퍼트가 내놓은 혁신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해결책 중 일부는 에너지 전문가, 계획자, 정책 결정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대기과학자이자 이 운동의 학문적 대부인 마크 Z. 제이콥슨은 “모두가 하와이를 주시하고 있다.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만 전력을 공급하고 전력망을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발전에서 재생가능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0%가 안 되었다. 그나마도 서부와 북서부의 큰 수력발전소가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가고, 풍력 및 태양에너지 발전의 비용이 낮아지면서 전력 업계의 구도도 새롭게 바뀌고 있다. 2016년 새로 생긴 발전소의 절반 이상이 풍력 및 태양에너지 발전소다. 심지어 지구온난화를 사실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많은 남부에서도 그러하다. 어떻게 보면, 한 세대 내에 석유와 가스 사용을 그만둘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허황된 꿈이던 것이 오늘날은 시민 운동이 되었다. 정치가들도 합세해 주민들에게 친환경적인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호소한다. 2017년 이 운동에 참가한 미국 도시는 47개. 이 중에는 애틀란타, 솔트레이크 시티, 샌 디에고 등 인구가 많은 도시도 있다.
물론 모두가 이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화석 연료 지지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이다. 펜실베니아에 사는 에너지 관련 변호사이자 컨설턴트인 마이크 크랜서는 수압파쇄법을 통한 천연 가스 채굴을 옹호하는 주요 인물이다. 그는 “병원, 하수처리장, 상수처리장, 산업시설, 통신망, 아이패드, 그 밖의 여러 가지 것들은 엄청난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재생가능 에너지로 이 모든 전력을 100% 감당한다는 것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심지어 풍력, 태양에너지, 수력의 지지자들 중에도 재생가능 에너지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와이 같은 조그만 섬나라에서도 힘들다는 것이다. 라이스 대학의 에너지 환경 연구소의 부소장이자 오바마 정권 당시 화석 에너지 차관보를 역임한 찰스 맥코넬은 “재생가능 에너지에서 경제성과 신뢰성을 모두 얻기란 절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리퍼트는 이런 주장에 논박하기를 좋아한다. 그녀는 새로운 사업가들을 교육시키는 호놀룰루 파크에서, ‘엘레멘탈’의 기반 기술은 친환경적인 미래를 열어갈 것이며, 그 미래는 가능할 뿐 아니라 필연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몽키팟 나무 아래에 앉아서 “에너지 시장은 새로운 해결책을 받아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새로운 해결책을 더욱 빨리, 널리 보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라고 말한다.
가장 가까운 육지로부터 무려 4,000km 떨어진 하와이 군도는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에너지를 키워 왔다. 수 백 년 동안 하와이 현지인들은 하와이의 주목이기도 한 쿠쿠이 넛 나무의 기름을 태워 조명을 했다. 그리고 1887년에는 이올라니 왕궁에 전기가 들어왔다. 워싱턴 DC 백악관에 전기가 들어오기 무려 4년 전이었다.
미국적 근대화가 그 상황을 바꾸어 놓았다. 하와이의 인구가 늘고, 전력 수요도 따라 늘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하와이는 연간 필요한 연료 중 90%를 수입해 왔다. 금액으로 따지면 1년에 50억 달러다. 하와이 가정이 지출하는 평균 전기 요금은 미국 본토 가정보다 약 4배나 많다. 그러나 정작 하와이인들은 미국 대부분의 주에 비해 전기를 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매우 심각했기에, 지난 2008년 하와이 주는 2030년까지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과 더욱 엄격한 건축 관련 법규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 개선하고, 전력 중 70%를 청정에너지로 발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당시 워싱턴 D.C.에서 부즈 앨런 해밀턴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던 리퍼트는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하와이로 가서 이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는 태양에너지와 바이오연료 사용은 물론, 몰로카이, 라나이 등 인구가 적게 사는 작은 섬에 대형 풍력발전소를 세우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발전소들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오아후로 연결된다. 오아후의 상주인구는 약 100만 명이며, 연간 900만 명이 방문한다.
타이밍은 완벽했다. 저렴한 중국산 태양에너지 패널들과 하와이의 눈부신 태양빛은 가정용 태양에너지 발전량을 가속시켰다. 2015년의 목표 발전량은 23메가와트 였으나 이후 343메가와트로 늘어났다. 주지사 닐 애버크롬비는 선거 운동 기간 당시 새로운 액체 가스 공장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그만큼 지체되었다. 하와이 전체가 재생가능 에너지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법이 만들어져야 이러한 지체를 막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룩할 수 있다.
당시에도 이러한 발상은 미 본토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 전인 2009년, 마크 Z. 제이콥슨이 공저한 논문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실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화석 연료 옹호론자들은 예전부터 “재생가능 에너지는 너무 비싸고 신뢰성이 없다” “산업용으로는 너무 약하다”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만 발전을 의존할 경우 너무나 넓은 땅을 발전소 부지로 써야 한다” 등의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는 그런 주장들을 수학적으로 반박했다.
2017년 제이콥슨은 미국을 포함한 139개국이 2050년까지 100% 재생가능 에너지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그는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청정에너지만을 사용한 발전이 오늘날의 발전보다 더욱 경제적이고 신뢰성이 높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비결은 전력 저장 방식이었다. 그는 리튬이온 배터리 외에도 양수(낯에 받은 태양에너지를 사용해 물을 높은 곳으로 펌프질해 보내고, 필요할 때 이 물을 낮은 곳으로 떨어뜨려 수력발전기를 돌린다), 기존 수력발전 저수지, 지하 열 에너지 저장소(underground thermal energy storage, UTES) 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UTES는 동굴 터널 등 땅 속에 파인 구멍 속으로 뜨거운 물을 퍼넣는 것이다. 이 물의 열기를 주변의 흙과 돌 속에 매일, 매주, 심지어는 계절 단위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건물 난방에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 해 6월, 에너지 연구가 21명(이 중 다수가 재생가능 에너지를 옹호했다)은 제이콥슨의 가정이 망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제이콥슨의 이론을 구현하려면 미 전력망 전체 전력(4조 킬로와트시)의 2.5배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UTES 기술의 거의 대부분은 현재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속내 역시 정치적이었다. 이들은 청정에너지 반대론자들이 제이콥슨의 극단적인 접근법을 악용해 전력망에서의 청정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을 걱정했던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태양에너지의 사용량은 연 평균 68%씩 늘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미국 발전에서 태양에너지의 비중은 1% 정도다. 제이콥슨은 이 연구의 수석 저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본토의 학계와 정계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동안, 태평양 중부의 하와이에서는 그 전환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 6월 하와이 주지사 데이빗 이게는 “섬에 사는 우리는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 해수면 상승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의 결정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에 관해 원하는 바를 당당히 세상에 말하고, 변화를 이끌어나갈 것이다”라고 말한다.
고층빌딩들이 즐비한 호놀룰루 중심가에 있는 ‘엘레멘탈’의 개방 계획 사무공간은 좋은 느낌을 준다. 전 세계의 사업가들의 미소 짓는 사진들로 장식되어 있다. 이 곳의 분위기는 느긋하다. 엘레멘탈은 여러 모로 특이한 조력단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19명의 직원 중 무려 14명이 여성, 그것도 대부분 20~30대 여성이라는 점이다. 착수 회의에서 리퍼트는 중간관리자들을 모아 그간의 진행상황을 듣고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는 마치 해변에 피크닉을 나온 것처럼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로 타로 뿌리를 찧어 현지 음식인 ‘포이’를 만들기도 한다. 그녀는 가끔씩 열정 넘치는 신입사원들과 모여 파이팅을 외치기도 한다.
그녀의 조직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그녀의 조직은 상용 기술을 위해 비영리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보통은 기술이 성공할 경우 회사 지분의 일부만을 가져갈 뿐이다. 이로서 더 많은 기술 꿈나무들에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리퍼트와 그녀의 선별팀은 매년 450개 신청자 중 12개를 선발해 자금을 지원한다. 이들의 자금을 받으려면 하와이의 특정 에너지 문제에 대해, 향후 대규모로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엘레멘탈’은 최대 1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기업들에게 기술과 수익성을 입증할 주내 시범 프로젝트를 만들어낼 기회도 준다.
하와이의 발전은 쉬워 보인다. 하와이를 이루는 8개의 섬은 태양, 무역풍, 활화산 등 발전 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활화산을 이용한 지열 발전은 하와이 전력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감독하고 있는 전력 담당 관료인 콜튼 칭은 하와이 주의 적절한 토지 모두를 풍력 및 태양에너지 발전에 사용한다고 해도, 하와이 주의 인구 2/3가 거주하는 오아후 섬의 전력 수요조차 70%가 좀 넘는 정도만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나머지 30%의 전력을 제공하는 것도 리퍼트가 지원하는 사업가들의 목표다. 오아후 북부해안 인근의 어느 언덕 사면에서는 ‘터비바’ 사가 50에이커 면적의 땅에 퐁가미아 나무를 심어놓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와 인도가 원산지인 이 나무는 잎사귀가 크고, 두툼한 꽃다발을 만들어낸다. 이 꽃은 기름이 매우 풍부한 씨앗을 만들어내는데, 이 씨앗을 가공하면 재생가능 연료를 만들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바이오연료’라는 말을 좋지 않게 여긴다. 옥수수 에탄올의 실패 때문이다. 옥수수 에탄올은 너무 많은 땅을 거칠게 사용한데다가 비쌌다. 그러나 퐁가미아는 비싸지 않고 토양 친화적이다. 퐁가미아 씨앗으로 만든 바이오연료는 같은 부피의 디젤유와 거의 같은 화력을 자랑한다. 또한 이 나무는 희귀한 콩과 나무인지라, 흡수한 것 이상의 질소를 토양에 돌려준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계속 흡수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씨앗을 생산하기 때문에 나무를 벨 필요가 없다. 흙을 갈아야 할 필요도 없다. 오아후의 화력 발전소 중 일부는 생퐁가미아 유를 연료로 쓸 수 있다. 터비바 사는 이 연료를 바이오디젤은 물론 항공기에서 사용 가능한 제트 연료로 가공했다.
나무의 씨앗으로 제트 연료를 만든다니, 매력적인 발상이다. 진짜 문제는 풍력과 태양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풍력 발전에 전기를 의존하는 가구주들은 전기가 잠시라도 끊기기를 원하지 않는다. 전력망은 한 전원을 잃으면 다른 전원으로 교체하는 데 시간이 몇 초나마 걸린다. 미래의 전력망은 간헐적인 공급원인 풍력과 태양에너지를 전원으로 써도 끊김 없이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롤스 로이스 사에서 중역을 지냈던 리사 래프너는 현재 ‘고 일렉트릭’사를 차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엘레멘탈’이 지원하는 그녀의 회사는 미군 태평양 사령부의 모기지인 오아후의 캠프 H.M. 스미스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놓았다. 이들의 장비는 전력 흐름 패턴을 밀리초 단위로 관찰하여, 이 캠프의 보안성 높은 5메가와트 소규모 전력망 제어를 돕는다. 이 전력망에는 디젤 발전기와 태양에너지 발전기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미래에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려면, 풍력과 태양에너지로 생산한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신뢰성 높은 저장소도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전력망 운용측에서 발견한 해결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저장소이고, 또 하나는 ‘사실상의’ 저장소이다. ‘사실상의’ 저장소란 가전제품의 전력 수요를 제어하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최대 전력 생산 시각과 최대 전력 수요 시각 사이의 격차를 절충하는 것이다. 리퍼트와 그녀의 팀은 두 해결책을 모두 연구하고 있다. 두 번째 해결책을 위해, 이들은 ‘쉬프티드 에너지’라는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쉬‘ 프티드’ 사는 저가 주거단지인 ‘카폴레이 로프츠’의 온수기에 자사의 전력망 상호작용 기기를 설치하고 있다. 태양에너지가 남아돌고 집에 사람이 별로 없는 낮에는 이 기기는 히터를 작동시켜 저녁 샤워에 쓸 온수를 만들 수 있다. 온수기 1,000대에 이 기기를 장착시킴으로서 초과 태양에너지로부터 최대 3메가와트시의 에너지를 얻어 저장할 수 있을 거라고 ‘쉬프티드’는 보고 있다.
지주들은 이 프로젝트를 좋아한다. 전기 요금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더 적은 예산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혁명을 일으킬 수 있기에 좋아한다. 전력회사에서도 전력 수요가 최대가 되는 저녁 시간에 3메가와트(최대 1,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를 더 발전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한다.
리퍼트의 대안 저장소에는 온수기 말고도 다른 것들이 많다. 산업 혁명 이후 기업들은 금속제 플라이휠을 원시적인 전력 저장소로 사용했다. 무거운 회전 원반인 플라이휠은 회전하면서 운동에너지를 유지했다. 그러나 무게가 45kg 이상으로 무겁고, 베어링에 마찰이 있기 때문에 비상 시 몇 분밖에 전력을 보급하지 못한다. ‘엘레멘탈’이 지원하는 ‘앰버 키네틱스’ 사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한다.
지난 2009년, UCLA에서 공학을 전공한 에드워드 치아오는 UC 버클리 캠퍼스의 교수 세스 샌더스와 함께 ‘앰버’를 창립했다. 샌더스는 1990년대부터 플라이휠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들은 힘을 모아 진공 밀폐 컨테이너를 만든 다음 회전하는 무게 2.27톤짜리 강철 원반을 그 속에 넣고, 그 위에 자석을 올렸다. 이 자석은 원반이 베어링에 너무 큰 하향력을 가해 속도가 느려지지 못하게 한다. 원반은 주간의 태양에너지로 돌아간다. 그리고 일몰 후에는 최대 32킬로와트시의 전력을 방출한다. 평균적인 미국 가정 1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이다. 이론상으로는 플라이휠의 능력을 키워 4시간 동안 수백 메가와트의 전력을 방출하게 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저녁을 견딜 수 있다. ‘앰버’는 ‘하와이안 일렉트릭’에서 자사의 플라이휠을 실험하며 태양에너지가 남아도는 오아후 낮 시간대의 전력을 저장할 때의 신뢰성과 비용효율성을 평가하고 있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의 대변인인 피터 로섹에 따르면, 이 회사는 플라이휠은 물론 모든 형태의 저장소에 호의적이다. 이 회사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에서부터 향후 수요 변화에 따라나타날 다양한 배터리를 계획 중이다.
취재 당시는 늦여름이었다. 리퍼트와 필자는 호놀룰루 중심가를 걷고 있었다. 해가 떴고 날씨는 후텁지근했다. 리퍼트는 새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3주간의 교육훈련을 준비 중이었다. 교육 중에는 리퍼트가 새벽 2시까지 사업가들과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는 날도 있었다. 당시 그녀는 원기를 회복했고 열정적이었다. 필자는 그녀에게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다. 70%만 전환하고, 나머지는 천연 가스에 맡겨도 되지 않나? 그녀도 처음에 30%를 전환하는 것보다, 남은 30%를 전환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럴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안 하면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않는가? 이걸 하는 데 따르는 위험보다는 안하는 데 따르는 위험이 더 크다.”
또한 그녀는 이 점도 지적했다. 하와이는 이미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가능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에 8%였던 것이 2017년에 27%로 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하와이 주는 가까운 미래에 풍력 및 태양에너지 발전량을 400메가와트 더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기반하여,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발전 에너지의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100% 전환이 법에서 정한 것보다 5년 빠른 2040년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러한 전망을 떠받치는 소수의 전제조건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하와이 주는 앞으로 20년에 걸쳐 앞바다에 설치한 부양식 풍력 터빈을 통해 수백 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세계 어디에서도 이만한 시설을 경제성 있는 규모로 실현한 적이 없다. 그러나 하와이는 성장하는 기술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리고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하와이 주는 전기 자동차를 미래의 주된 교통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자동차 배터리는 태양에너지가 가장 강한 시간대에 전력망의 잉여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야간에 전력이 필요할 때 반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와이는 미국 내에서 전기 자동차의 보급률이 두 번째로 높은 주다. 전체의 1% 미만이지만 말이다.
5년 후 리퍼트는 여러 기업들의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고 말하게 되었다. ‘고 일렉트릭’은 캠프 스미스와 소규모 전력망 관련 계약을 맺었다. ‘고 일렉트릭’의 기술은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미시건 주에 위치한 육군 포트 커스터 훈련기지, 유타 주의 육군 투엘 보급창과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회사인 ‘스템’은 학습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학교와 기업의 에너지 저장방식을 자율화시킴은 물론, 전력 회사의 전력망 관리를 용이하게 했다. ‘스템’ 사는 오아후에도 29개의 고객사가 있으며, 캘리포니아에서도 고객사를 모집하고 있다.
물론 하와이 주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기술이 크게 전파되지는 않을 것이고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한 발전 방식은 현지의 천연자원에 최적화되어야 한다. 하와이 이외의 다른 곳에서는 이 점을 이미 알고 있다.
지열 자원이 매우 풍부한 아이슬랜드, 수력 자원이 매우 풍부한 노르웨이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만 발전을 해 오고 있다. 풍력 자원이 매우 풍부한 텍사스 주 덴튼의 관료들은 2010년대 말까지 모든 전력을 풍력과 태양에너지만으로 조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버몬트 주 벌링튼은 현지에서 나는 목재, 강과 댐의 수력만으로 100% 발전하는 최초의 미국 도시가 되었다. 여러 다른 도시들도 비슷한 발전단계를 거치는 중이다. 라스베거스의 모든 관공서는 현재 태양 에너지만으로 발전 중이다.
이 모든 시도들은 “자동차와 토스트기를 작동시키는 데 왜 굳이 공룡의 시체를 파내서 불태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약 150년 전에는 누구도 태양빛으로 발전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았다. 그러다가 1876년 누군가가 셀레늄을 빛에 노출시키면 전기가 생산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나서 약 100년 동안 태양광 발전은 발전계의 변방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인간들은 더욱 저렴하고 효율적인 태양광 발전을 할 필요를 느꼈다. 그렇게 되자 태양광 발전은 마치 인기 락 스타처럼 화려하게 떠올랐다. 불과 10년 만에 어디에서나 태양에너지 발전의 중요성을 떠들기 시작했다.
리퍼트는 또 다른 수퍼스타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녀도 간단한 플라이휠을 약간 개조하자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리퍼트는 “사람들은 플라이휠이 유용하다는 것을 모른다.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신기술들이 많다는 생각에 흥분된다”고 말한다.
레슬리 카우프만은 기후 변화와 재생 에너지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 땅이 배터리다
리튬이온 전지 창고는 잊어라. 땅에 재생가능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된다.
태양에너지 패널은 여름에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겨울에는 별로 생산을 못한다. 북부 기후대에서 더욱 그렇다. 때문에 모든 전력을 재생가능 에너지로 생산하려면, 상황이 좋을 때 많이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쓰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엔지니어들은 지하 열에너지 저장소를 사용해 남아도는 전력을 땅 속에 저장했다가, 어느 때나 꺼내서 쓸 수 있다. 기존의 자연 동굴, 지하 암반, 인공 터널 등 어디에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에너지 패널이, 글리콜이 든 파이프를 가열한다. 글리콜은 부동액에 쓰이는 전도성 유기화합물이다. 온도가 높아진 글리콜은 에너지 스테이션으로 가서 물을 데운다. 온도가 높아진 물 중 일부는 파이프를 타고 인근 가정으로 들어가 온수로 사용된다.
남아도는 열은 장기 보관소로 가는데 최대 36m 깊이까지 파여진 굴속에 수백 개의 파이프가 있다. 파이프 속 온수는 땅의 온도를 섭씨 약 80도까지 높이면서 식는다. 식은 물은 에너지 스테이션으로 돌아오고 이 절차가 반복된다. 땅이 지열을 가지고 있으므로 겨울에는 이 열로 파이프의 물을 데울 수 있다.
던 리퍼트
▶ 기술 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육성시키는 비영 리기구 <에너지 엑셀러 레이터>의 최고경영자. 에너지 저장, 소규모 전 력망 하드웨어, 에너지 효율 증대용 기계학습 소프트웨어 등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LESLIE KAUFMAN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