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의 수익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조사와 더불어 기업 경영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방향의 ‘재벌개혁’의 강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1일 62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매출현황과 매출 유형, 거래현황 등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SK·LG·현대중공업·농협 등 주요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가 조사 대상이다.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지 않았지만 일부 계열사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갖춘 삼성·한화·신세계 등도 포함됐다.
지주회사는 기업구조조정 촉진과 대기업집단의 소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설립이 허용됐다. 하지만 법 취지와 달리 일부에서 총수 일가가 그룹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활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주회사에 대한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오는 8월까지 지주회사 제도 개선안을 내놓기로 하고 그에 앞서 지주회사 실태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행정조사기본법 제5조에 근거해 조사대상 기업의 자발적 협조를 얻어 기업들의 현황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주회사와 자·손자회사의 일반현황은 물론 지주회사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에 배당을 받는 형태가 아니라 주로 이들에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경영 컨설팅 수수료 등 편법적인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지를 샅샅이 들여다볼 계획이다.
향후 지주회사 제도 개선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였던 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 의무보유 비율 상향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검토 중”이라는 의견을 수차례 내놓은 바 있기 때문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지주회사) 제도의 순기능은 촉진하고 역기능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 위반 혐의 포착이 아닌 지주회사 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이기에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적극 권장해 지금의 ‘한국형 지주회사 체제’를 자리 잡게 한데 따르는 반성이 없고, 당국이 나서 기업의 수익구조까지 바꾸려는 것은 지나친 경영간섭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세종=강광우·임진혁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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