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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울린 무역전쟁 어디로가나 (상)] 미·중싸움에 휘말릴땐 상황악화…경제규모 작은 韓은 일단 '정중동'

정부, 中 등과 다른 對美 행보

통상 목매는 '작은 나라 딜레마' 있어

미 행정명령 전까지 아웃리치 전개





연초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발동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라는 맞불을 놓을 정도로 ‘당당한’ 모습을 보이던 우리 정부의 행보가 철강 보고서 발표 이후 돌연 신중해졌다. 보복관세 카드를 뽑아든 유럽연합(EU)이나 중국과 달리 조용히 대미 ‘아웃리치(outreach·현지 정책 담당자 및 이해당사자 접촉ㆍ설득)’에 힘을 쏟고 있다. ‘작은 나라의 딜레마’가 있는 만큼 정중동(靜中動)의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대미 아웃리치를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던 김현종(사진) 통상교섭본부장이 3일 귀국했다. 김 본부장은 개리 콘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의회 주요 인사 등과 만나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채택되도록 미국 측에 강력한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본부장은 당초 일정에 더해 6일 다시 미국으로 출국해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 규제와 관련해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까지 아웃리치를 적극 벌일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연초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1월 우리 정부는 미국의 세탁기·태양광모듈 및 패널 세이프가드 발동과 관련해 즉각 WTO 제소로 맞불을 놓았다. 이후 문제인 대통령도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 등으로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나가라고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25% 관세 부과를 놓고 독일과 프랑스 등 EU 회원국과 중국·캐나다·멕시코·브라질 등 철강 수출국들이 성명 등을 내며 강하게 반발한 것과도 대조된다. EU는 미국산 철강이나 농산물은 물론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와 리바이스 청바지, 버번 위스키 등 미국을 상징하는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 국채 매입 중단, 중국 진출 미국 기업에 대한 덤핑 조사와 벌금 부과 등의 보복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작은 나라의 딜레마’라고 표현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EU같이 경제규모가 크면 무역보복도 하고 전면전에 나서 압력을 행사하는 게 가능한데 우리처럼 통상에 목을 매는 나라는 잘못하면 불난 데 기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정면대응보다 조용한 설득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의 철강 수입규제안이 우리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12개국 ‘표적’ 관세 대신 일관 관세로 방향을 튼 만큼 ‘강대강’ 대응을 하면 자칫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 특히 최종 결론을 앞둔 백악관이 ‘상황별 면제’라는 예외조항을 검토 중인 만큼 여기에 우리 이해관계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싸움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 통상압박에 중국과 공조하는 모습이 드러날 경우 오히려 더 큰 보복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재계도 정부와 발맞춰 대미 아웃리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로스 상무장관을 비롯해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 등 행정부·백악관·주지사·경제단체장 등 총 565명의 유력인사에게 미국 철강수입 제재 대상국에서 한국이 제외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서한이 전달된 인사는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위원장, 로스 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수지 적자 감축 노력을 이해하나 한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제재 강화는 재고돼야 한다”고 했다. 전경련은 서한에서 한국이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강력한 동맹국이라는 점과 철강이 자동차·항공 등 장치산업부터 알루미늄 캔 등 소비재산업까지 폭넓은 분야의 중간재로 사용돼 수많은 산업에서 생산 차질 및 고용감소 등의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과도한 철강수입 제재 시 제재 대상국의 보복조치로 이어져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우려가 있으며 한국은 중국산 철강제품을 우회 수출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았다.

/세종=김상훈기자 이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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