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지인들과 조촐한 저녁 모임 자리를 가졌다. 만담이 오가던 중 나는 몇 가지 질문들을 받았다.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회사를 잘 성장시킬 수 있었나요” “향후 어떤 비전을 꿈꾸고 계시나요?”
인터뷰하는 느낌이 살짝 들기는 했지만 이런 격 있는 질문들은 숙성된 와인과 잘 어울리는 치즈 안주처럼 대화의 격을 높이고 서로 에너지를 얻게 한다. 코칭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열린 질문’이라고 하며 ‘강력한 질문’이라고 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대뜸 이런 질문부터 한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얼마죠? 전체 직원은 몇 명이죠? 평균 연봉은요?” 궁금해 물어보는 것이겠지만 고수들이 하는 ‘격 있는 질문’에 비하면 이런 질문은 하수들이 하는 질문에 가깝다. 코칭에서는 이런 질문을 ‘특정 질문(또는 한정 질문)’ ‘닫힌 질문’이라고 한다. “네 또는 아니요”로 대답을 이끌어내는 닫힌 질문은 정보수집을 위한 질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의 수준이 자신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 아침에는, 점심에는, 저녁에는 뭐 먹지’라고 생각하면 먹는 것만 생각하게 된다. 잠들 무렵 ‘오늘 나는 무슨 차이를 만들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삶이 달라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질문의 수준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수준과 질도 결정한다. 나는 모임을 한 지인들과의 만남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피터 드러커가 열세 살 때 오스트리아 빈의 김나지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너희는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니?” 드러커는 죽기 전까지 많은 지적 유산을 남겼고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속에 ‘경영학의 아버지’로 기억되고 있다. 드러커는 “50세까지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을 못한다면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가 하교 후 집에 왔을 때 한국인 부모들은 “공부 잘했니, 시험 잘 봤니” 등의 닫힌 질문을 하는 반면 유대인 부모들은 “오늘은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열린 질문을 한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을 휩쓸고 창의적인 민족으로 꼽히는 이유다. 질문은 개인을 성장시킬 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내가 직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생각을 크게 하라. 작게 하는 것보다 돈이 더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직원들이 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것은 어렵다. 칼럼을 쓰면서 다시 한번 의지를 다져본다. 임직원들이 보고서를 가져오면 “○○님 생각은 어때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님이 저(대표)라면 어떤 결정을 하시겠어요”라고 질문하는 것부터 시도해야겠다.
강윤선 준오뷰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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