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불장군식 통상압박을 가해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한국은 미국산 주요 제품을 사상 최대 규모로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원유 수입량이 5배 넘게 늘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호주산을 제치고 14년 만에 1위로 올라섰다. 이는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 방침에 한국이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설득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7년 국내 석유 수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1,343만배럴로 전년(245만배럴)보다 448.2% 급증했다. 셰일오일 생산량이 늘면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중동 두바이유 가격보다 싸졌기 때문이다. 미국산 원유 수입량이 증가한 영향으로 지난해 한국의 전체 원유 수입량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11억2,000만배럴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17만7,000톤으로 전년(15만6,000톤)보다 13.5% 증가했다. 이는 2004년부터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켜왔던 호주산보다 많은 양이다. 지난해 수입된 호주산 쇠고기는 17만2,600톤으로 전년보다 3.95%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은 2위로 하락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연간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은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러한 통계 결과에도 미국은 한국에 무역적자가 심하다며 통상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집권 2년차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올 들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며 전 세계를 무역전쟁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에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에 25%, 수입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미국산 주요 제품의 수입량이 늘었다는 점을 통상압박을 해소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셰일오일 가격이 떨어진 덕분에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통상압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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