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졌지만 통계 지표상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외식비가 높은 상승 폭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미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가시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최근 편의점·프랜차이즈 등 서민들이 자주 찾는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향후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2.8% 상승해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외식물가는 짜장면·김치찌개 등 서민들이 자주 소비하는 음식의 물가를 측정한 것으로 흔히 최저임금의 영향이 가장 많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수다.
지난해 10월까지 2.5%를 밑돌던 외식물가 상승 폭은 11월 2.6%, 12월 2.7%를 기록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이 가까워질수록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된 올해 1월에는 외식물가 상승 폭은 2.8%로 더 확대됐다. 이는 2016년 2월 2.9%를 기록한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최근 외식물가의 상승세는 1∼2월에 상승 경향을 보이는 통상의 추세에서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의 영향을 아직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인건비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식재료비·임차료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식물가는 임대료나 인건비 상승 시점에 맞춰 연중보다는 연말이나 연초에 더 큰 폭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 최근 3년 간 연중 가장 물가 상승 폭이 컸던 시기는 2017년에는 12월(2.7%), 2016년은 2월(2.9%), 2015년 12월(2.8%) 등으로 상승 폭은 지난달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직 통계 지표상으로 최저임금의 영향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물가 인상 도미노가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크다.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 업계가 소비가 충분히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당장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었지만 앞으로 비용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각김밥·햄버거 등 최근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말 일부 도시락과 삼각김밥, 샌드위치 가격을 100∼200원 인상했다.
전국에 매장 400여곳 이상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큰맘할매순대국’은 지난달 초 순댓국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상당수 중국집은 짜장면과 짬뽕 가격을 500∼1,000원 가량 올리면서 지역에 따라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이 6,000원인 곳도 적지 않다. 이미 가격 인상을 검토했지만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한 치킨 일부 프랜차이즈는 배달대행료 등 지금까지 무료였던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기도 했다.
정부는 김밥·치킨 등 프랜차이즈 업종의 가격 인상 요인을 분석하는 등 향후 최저임금에 따른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인서비스 물가 안정을 위해 소비자단체와 연계한 물가 감시를 강화하고 일자리 안정자금 등 소상공인 지원 대책 이행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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