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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노보더 허커비 "한쪽 다리 없지만…머리색처럼 내 인생도 보랏빛"

■ 평창패럴림픽 빛낼 스타는

14살 때 골육종 걸려 다리 절단

체조선수 꿈 접고 스노보더 전향

수영복 모델·보라색 염색 '쾌활'

"평창서 금메달 2개 따갈거에요"

메달 13개 딴 터줏대감 매키버

61세 日 시노부 등 평창스타 찜

브레나 허커비. /사진출처=국제패럴림픽위원회




평창올림픽 미국 선수단 중 가장 주목받았던 여자 선수가 재미동포 스노보더 클로이 김이었다면 2018평창동계패럴림픽(9~18일)을 빛낼 최고 여자 스타 후보로는 브레나 허커비(22·미국)가 첫손에 꼽힌다.

허커비는 6일 미국패럴림픽위원회가 선정하는 2월의 선수로 뽑혔다. 스노보드 월드컵 파이널 두 차례 금메달에 빛나는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보라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평창의 설원을 누빌 예정이다. 패럴림픽 출전은 이번이 생애 처음. 첫 올림픽에 2관왕 후보로 꼽힐 만큼 월등한 기량을 자랑한다.

허커비는 지난달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수영복 모델로 뽑혀 화보 촬영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SI는 매년 전문모델과 톱클래스 스포츠 선수만 발탁해 수영복 화보를 진행해왔다. 패럴림픽 선수가 선발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 내 패럴림픽 중계사인 NBC도 대회 예고에 허커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릴 적 체조선수의 꿈을 키워가던 허커비는 열네 살 때 골육종에 걸렸다. “처음에 화학 치료를 받았을 때는 받을 만했어요. 근데 치료를 시작하고부터 골프공 크기였던 종양이 소프트볼 공 크기로 커지더군요. 살려면 다리를 잘라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절망에 빠진 허커비는 새로 정을 붙일 운동을 부모와 함께 찾아 나섰고 그것이 스노보드였다. 의족을 이상하다거나 딱하게 쳐다보는 시선에 신경 쓰는 대신 허커비는 스노보드 기술을 익히는 데만 몰두했다. 지난 2015년 세계선수권 우승을 시작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이듬해 건강한 딸을 출산하기도 했다. ‘나비처럼 날아서 허커비(bee·벌)처럼 쏜다’가 인생의 모토라는 허커비는 “평창에서 금메달 2개로 나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했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6일 대한민국 선수단이 강원도 평창선수촌에서 열린 선수단 입촌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허커비 같은 인간승리의 표본들은 49개국에서 모여 오는 9일부터 열흘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평창패럴림픽은 선수만 해도 570명이 참가하는 동계패럴림픽 역대 최대 축제다. 6개 전 종목에 선수 36명이 나서는 한국 선수단은 6일 평창선수촌 국기광장에서 공식 입촌식을 가졌다. 역대 대회에서 은메달 2개를 딴 한국은 안방에서 금·은메달 각 1개와 동메달 2개로 역대 최고인 종합 10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창성건설 대표인 배동현 한국 선수단장은 개인전 금메달 1억원, 단체전 금메달 3억원 등의 통 큰 포상금을 걸었다. 남자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바이애슬론 2관왕 전망이 나오는 신의현(38)은 “반드시 금메달을 따 한국 장애인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긋겠다. 가족들이 모두 와 응원하기로 한 만큼 멋진 남편,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매키버. /사진출처=토론토스타


평창패럴림픽에는 허커비 같은 떠오르는 스타는 물론 패럴림픽 터줏대감들도 총출동한다. 패럴림픽 ‘전설’로 불리는 브라이언 매키버(39·캐나다)가 대표적이다. 남자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매키버는 패럴림픽에 네 번 참가해 메달을 13개(금 10·은 2·동메달 1개)나 수집했다. 열아홉 때 병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좋아하는 스키를 포기하지 않았고 2010년에는 비장애인 올림픽에도 나갈 뻔했다. 막판에 석연찮은 이유로 허커비를 탈락시키고 비장애인 선수를 뽑은 대표팀에 거센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일본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골키퍼)는 61세 후쿠시마 시노부다. 20대 초반에 교통사고로 하지 장애를 입기 전까지 아마추어 축구팀 골키퍼로 활동했던 그는 휠체어 제조사에서 일하던 1998년에 아이스하키에 입문했다. 아이스하키 퍽은 최대 시속 100㎞로 날아오지만 2002년부터 패럴림픽에 참가한 후쿠시마는 “경험상 샷이 오는 것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동료들은 후쿠시마를 “팀 내 아버지 같은 존재”라며 따른다. 4년 전 소치패럴림픽 스노보드에서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한 미국의 에반 스트롱, 마이크 셰이, 키스 게이블도 평창에 온다. 주로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평창패럴림픽을 중계할 NBC는 역대 최장인 94시간 편성을 확정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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