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00억원대 뇌물수수 의혹 등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다음주 소환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면 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네 번째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전직 대통령이 된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이 전 대통령에게 오는 14일 오전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된 수사 상황을 감안할 때 실체적 진실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의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실관계 규명을 위한 자료를 그동안 충분히 수집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소환 통보 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그간의 수사 경과를 보고하고 소환 조사 등 수사계획에 관한 재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6·13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공직자들이 사직해야 하는 시한인 15일 이전에 소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를 일주일 전에 통보한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인 동시에 조사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위해서는 검찰도 여러 준비가 필요하고 조사받는 쪽도 방대한 양이니 충분한 시간을 주기로 했다”며 “소환 조사를 여러 차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이 처음 검찰에 출두했을 때도 소환일자인 3월21일보다 엿새 앞선 15일에 통보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소환에는 응하겠으며 출석 날짜는 검찰과 협의해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소환 일정은 조정할 수 없다”며 “14일에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조사에 나온다면 검찰이 지목한 여러 혐의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이 지금까지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명시한 혐의는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이 국가정보원에서 상납받은 특수활동비 17억5,000만원뿐이다. 이 전 대통령은 실소유 기업으로 의심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소송비 60억여원을 삼성이 대납하도록 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인사청탁 대가로 건넨 22억여원과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전달한 4억여원 등도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소환 전 막바지 수사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7일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불법자금 수수 의혹 등에 대한 보강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등 신병처리 방안은 마무리 수사와 소환 조사 내용을 종합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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