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20㎝의 장신을 자랑하는 인공지능(AI) 로봇 ‘컬리(Curly)’는 머리부분에 달린 카메라 렌즈로 경기장과 상대방 스톤의 위치를 확인한다. 곧바로 로봇의 소프트웨어인 ‘컬브레인(CurlBrain)’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최적의 투구 전략을 만들어낸다. 투구 전략에 필요한 힘과 투구의 방향, 스톤 컬 방향 등의 정보를 획득한 컬리는 상체 부분을 숙이고 투구 자세를 취한다.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한 이 로봇이 ‘컬링’ 경기에서 사람과 맞붙는다. 고려대학교는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센터에서 8일 오후 2시30분에 인간과 로봇이 컬링 경기에서 승패를 겨루는 세기의 대결이 열린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시연회에 참가하는 로봇의 상대는 춘천기계공고 소속 강원도 고등부 컬링팀이다.
컬링하는 로봇 ‘컬리’는 지난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방송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고려대학교와 UNIST, 영남대학교, 서울시컬링연맹 등 8개 기관의 손에서 탄생했다. 컬링 스톤 투구 전략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컬브레인’을 탑재한 컬링 로봇 ‘컬리’는 스스로 상황을 인식해 경기전략을 수립하고 빙판 위에서 주행한다.
1,321회의 국제컬링경기와 16만개의 투구샷 빅데이터 딥러닝에 기반한 컬리는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 인공지능 컬링 SW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기 수준이 높다. 드로우(컬링 경기 시 원하는 위치에 스톤을 놓는 것) 성공 확률은 70%를 넘고 테이크아웃(상대 팀의 스톤을 쳐내는 것)은 90%의 확률을 자랑한다. 현재 고등부 컬링팀과 대등하게 대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개발진의 설명이다.
컬리는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최적의 전략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알파고’와 유사하다. 다만 알파고는 한정된 격자 위에서 전략을 수립하는 반면, 컬리는 빙질의 변화와 스톤의 충돌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요소가 더 많다.
올해에는 스위핑 로봇도 추가로 개발된다. 개발된 컬링 로봇들은 컬링을 배우는 일반인들과 컬링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훈련지원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환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교수는 “외부의 도움없이 급변하는 빙질에 인간처럼 실시간으로 대처하도록 로봇이 학습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며 “스톤 궤적을 연구해 투구 오차를 미리 예측하고, 스위핑 로봇까지 개발해 최종적으로 국가대표 수준의 경기력을 갖도록 성능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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