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탄생할 ‘국산 신약 30호’의 주인공이 누가 될 지 관심이 쏠린다.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로드맵을 고려하면 CJ헬스케어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가 이르면 상반기 안에 신약 30호의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신약은 지난 1999년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를 시작으로 지난해 코오롱생명과학의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까지 모두 29종에 달한다. 그동안 국산 신약은 18년에 걸쳐 연평균 1.6종만 선정될 만큼 심사기준이 까다롭다. 120년이 넘는 국내 제약산업 역사에서 신약을 보유한 기업은 20곳에 불과하다. 국내 전체 바이오·제약사가 1,300곳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가운데 단 1.5% 만이 신약 개발에 성공한 셈이다.
어렵게 신약에 선정되더라도 별다른 정책적인 지원이나 특별한 혜택은 없다. 하지만 바이오·제약기업의 혁신성을 가늠하는 척도인 신약 경쟁력을 심사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증하는 것이어서 업계에서는 선정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올해 국산 신약 30호의 영예를 안을 가장 유력한 제품은 CJ헬스케어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CJ-12420’이 꼽힌다. 지난해 9월 식약처에 판매허가를 신청해 올 상반기 승인을 앞두고 있다. SK케미칼이 지난해 세계 두번째로 상용화한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도 충분히 이름을 올릴 경쟁력을 갖췄지만 생물학적 제제는 국산 신약에 포함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후보에서 제외됐다.
CJ-12420은 앞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글로벌 1위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보다 효능과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넥시움은 연간 전 세계에서 2조원 이상 판매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 제약사 뤄신에 1,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도 많다. 전 세계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시장은 25조원 규모고 중국만 3조원에 이른다.
CJ헬스케어 입장에서도 CJ-12420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1984년 유풍제약 인수로 제약사업에 진출한 지 34년 만에 선보이는 첫 신약이기 때문이다. 앞서 CJ는 지난 2003년 농규균 백신 ‘슈도박신’을 개발해 국산 신약 7호로 인정받았으나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정식 출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다만 지난달 CJ그룹이 CJ헬스케어를 전격 매각하면서 신약 출시에 따른 성과는 새 주인인 한국콜마가 가져갈 전망이다.
국산 신약이 갖는 상징성과 파급력은 높지만 무조건 수익성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일부 제품은 마케팅에 실패하거나 후발주자에게 경쟁력을 빼앗기는 바람에 사실상 생산이 중단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기준 생산 실적이 있는 국산 신약 20종의 평균 매출은 104억8,400만원에 불과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단일 제품으로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에 비춰보면 초라한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산 신약에 선정되더라도 마케팅 전략과 협력사 확보가 체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며 “기업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국산 신약에 선정된 제품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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