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로 야당에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자기 변화에 인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거 자신들이 비판했던 여당(자유한국당)의 과오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정의로운 사회와 구체적인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개혁을 이뤄냈고, 무너져가던 기틀을 다시 세우고 새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에게 감사한다”며 탄핵 1주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진행한 헌법개정·사법개혁·적폐청산 등에 대한 의미 부여다. 민주당은 그러나 주요 현안마다 국정 동반자이자 정부 여당의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개헌 논의를 ‘개헌 VS 호헌’의 대결로 몰아간 것부터 인사청문회, 예산안 처리, 최저임금 인상 등에 있어 야당과의 협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향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 ‘청와대 거수기’라고 비판했지만, 지금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며 “정권만 바뀌었을 뿐, 한국 정치는 변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50%에 육박한 정당 지지율이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편승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당은 탄핵 이후에도 구태를 반복하며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직후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한국당의 지지율은 10%대 초반에서 맴돌고 있다. ‘서민중심 정당’, ‘기득권 포기’ 등을 앞세워 반전을 모색했지만, 대안 없이 정부 실책에 열을 올리고 ‘좌파 정권’, ‘보수 궤멸’ 같은 철 지난 색깔론을 남발해 제1 야당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 먹었다. 특히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는 무책임한 보이콧을 강행해 민생 법안 처리가 지연되기도 했다.
대안 세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바른정당·국민의당도 중도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각각 창당 1년·2년 만에 ‘바른미래당’으로 합쳐졌다.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 의원 상당수가 ‘미래가 없다’며 뛰쳐나온 한국당으로 다시 돌아갔고, 국민의당은 통합을 두고 통합파(바른미래당)와 반 통합파(민주평화당)가 대치하다 갈라졌다. 김 교수는 “탄핵을 전후로 정권과 사회는 바뀌었지만, 정당의 계파 정치는 변한 게 없다”며 “서식환경이 바뀌지 않으니 진화가 없는 것은 연하다”고 꼬집었다./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