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실적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편의점·슈퍼마켓 등 1만원 이하 소액 카드 결제 때 ‘수수료를 면제하자’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카드사 실적 악화는 아랑곳없이 지방선거나 각종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영세 상인 표심만 얻으면 된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카드사들은 고객에게 돌아가던 각종 혜택을 축소하고 있고 감원 등 구조조정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카드사 노조까지 나서 수수료 인하 등 정부의 가격정책 개입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대손준비금 반영)은 지난 2014년 2조1,770억원을 기록한 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6년에는 1조8,108억원으로 ‘1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3·4분만 놓고 보면 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 3,600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올해 영업환경이 더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27.9%에서 24%로 낮아지면서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 금리도 하향 조정된 상태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소액 결제가 많은 업종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평균 0.3%포인트 낮출 예정이다. 이를 위해 카드 수수료 원가 중 한 부분인 밴(VAN)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기로 했다. 결제 건별로 같은 밴 수수료를 소액 결제일수록 낮게 조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국회에서는 수수료 인하 법안이 2개나 얹어졌다.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세·중소 가맹점에서 1만원 이하 소액 카드 결제를 할 때 수수료를 면제하는 법안을 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우대수수료 적용 기준이 되는 연 매출을 산정할 때 세금과 부담금을 제외하는 법안을 냈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실적이 줄어들면서 고객에게 골고루 가야 할 포인트 등의 혜택은 잇따라 축소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카드사 실적 악화를 나 몰라라 하는 것으로 결국에는 카드사 직원들과 고객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는 이미 낮아질 때로 낮아진 상황이고 실제로 노마진이나 마찬가지”라며 “추가적인 인하 움직임에 따른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카드사 실적 악화는 각종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같은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 내부에서는 매년 수수료 인하에 나설 거면 가맹점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카드 의무수납제를 그대로 진행하고 있어 영세 가맹점도 불만사항이 계속 나오고 있고 정부는 계속해서 수수료 인하를 위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의 한 관계자는 “2014년 이후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 움직임,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수익창출 통로가 그야말로 꽉 막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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