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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보다 ‘직능’에 집중하는 리더가 돼라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조직에서 직급이 높다고 직무능력이 반드시 뛰어난 것은 아니다. 높은 직급에 있는 리더일수록 수시로 자신의 직능을 점검해봐야 한다. 조직을 떠나면 직급은 사라지지만 직능은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급이 높을수록 자신의 직무능력을 점검해봐야 한다. 조직을 떠나서 홀로 서야 할 때 직능은 큰 힘이 된다.





조직은 흔히 피라미드 구조로 표현되어 왔다. 아래는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안정적인 모습이 피라미드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조직은 피라미드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피라미드가 뒤집혀 있는 역삼각형에 가깝다. 아래는 좁고 위로 갈수록 두꺼워진 모습이다. 외형만으로도 불안정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의 구조만 불안정해진 걸까? 많은 조직의 역피라미드 현상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대안도 마땅치 않다. 인사 적체의 심화는 직급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승진을 해도 감동은 없고 고맙지도 않다. 본래 승진의 매력은 희소성에 있다. 피라미드 조직 구조일 때는 선택된 사람만 위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승진의 가치가 존중되고 승진이 조직 생활의 목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고참들이 너무 많다. 승진한 사람도 많지만 승진할 사람도 많다. 직급이 남발된 듯한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조직 생활에서 승진만큼 보람 있는 일도 없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승진을 원치 않거나 포기한 사람이 늘었다. 빨리 올라가면 빨리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이 원활하지 못한 최근의 상황을 반영한 현상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조직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이 또한 쉽지 않다. 자녀들의 학자금을 비롯한 다양하고 고마웠던 복지 혜택이 오히려 용기를 꺾는다. 버틸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수모와 부끄러움도 사치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점이 있다. 고참 직원이 늘고 승진시킬 사람이 많아진 상황에서 조직은 인사 적체를 임시방편으로 해소하기 위해 직급을 다양화 혹은 간소화한다거나 호칭을 변경하는 등의 시도를 주로 해왔다. 즉 직급 해소에 집중하는 반면에 직능 개발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직급이 조직에 있을 때 필요한 품위라면 직능은 조직에 있을 때든 조직을 떠났을 때든 공히 필요한 품위라고 할 수 있다. 직급이 체면이라면 직능은 경쟁력인 셈이다. 따라서 조직은 당장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직급의 변화에만 집중할 일이 아니다. 직원들이 무엇을 할 줄 알고 어떻게 일을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개인의 경쟁력을 키워서 조직에 몸담고 있을 때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하고, 나아가 조직을 떠나서도 홀로 설 수 있는 능력을 조직에 있을 때 키우도록 지원해야 한다.

직급에만 집중하다 보면 평생을 보냈던 조직도 서운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직원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고생했으니 나갈 때 가능하면 조직으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고 싶지만 조직은 가능하면 적은 비용만을 지불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가 섭섭함을 느끼기 십상이고, 많은 에너지를 줄다리기에 허비하는 소모적인 감정 싸움만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시간과 비용으로 직원들의 직능 개발에 더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조직에 섭섭한 마음이 가득한 고참 직원이 남은 직장생활 동안 조직에 대해 좋은 생각과 말을 할 리 없다. 그러면 젊은 직원들은 고참 직원을 통해 조직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학습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조직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 투덜대는 고참 직원의 이기적인 인간성을 탓하기보다는 조직이 먼저 직급보다 직능에 집중해야 한다. 직원들이 직급에 집착해왔던 원인에는 조직의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승진은 경쟁의 다른 표현이다. 일을 잘하면 승진시켜주고 못하면 승진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조직의 오랜 관습이다. 하지만 조직 환경이 변한 현재 시점에서 직급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제는 조직과 개인이 모두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한다. ‘현재 직급이 무엇인가’보다는 ‘현재 내가 무엇을 할 줄 아는가’를 엄밀하게 점검하고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모자란 점이 있다면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도 살고 개인도 산다. 조직에서만 삶을 보낼 수는 없다. 언젠가는 조직을 떠나 홀로 서야 한다. 따라서 오랜 시간 월급 받으면서 배웠던 직능을 기반으로 홀로 섰을 때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조직 역시 직원들이 조직에서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 나아가 조직을 떠나서도 잘 먹고 살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면 원망을 듣기보다는 은혜와 감사의 조직으로 기억될 것이다.

세상이 변했고 조직이 변했다면 사람도 변해야 한다. 조직 생활은 짧아졌고 삶은 길어졌다. 한 조직에 모든 인생을 거는 것은 어리석은 모험이다. 현재의 조직에서 자신의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조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신의 능력을 키워갈 수 있는 터전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조직에 오래 머문다고 능력이 계속 커지지 않는다. 물론 경험도 능력이지만 실제적으로 추후에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능력도 생명주기가 있기 때문에 점검하고 재충전해야 한다. 직급이 높아지면 실무보다 판단하고 평가하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조직 차원에서도 일에 대한 대가로 직급의 상승만을 강조하다 보면 좋은 시절이 지난 후에는 가족 같은 직원들과 원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다른 직원과의 경쟁만 강조하지 말고 현재 자신의 직무능력과 경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즉 직원들이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그리고 미래의 자신을 비교해가면서 직급 상승보다 직능 개발에 더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현재의 인사 적체를 건설적으로 해소하고 가족 같은 직원들과 섭섭한 마음으로 이별하지 않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는 리더가 될수록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나를 고민하기보다 지금까지 자신이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 즉 직급보다 직능에 더 많은 고민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자신의 직급만이 아니라 직능으로 판단하는 고용시장에 진입해야 할 시간이 모두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조직이 이것까지 배려할 여유와 책임은 없다. 리더 본인 스스로 자신이 보유한 직능을 점검하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직만 바라보면 조직을 떠나지 못하고 조직을 떠나지 못하면 힘겹게 버텨야 한다. 만약 버틴다 할지라도 언젠가 조직을 떠나고 나면 더욱 버티기 힘들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직의 모습이 다시 피라미드가 되는 기적을 바라기보다는 자신의 직능을 키워 자기만의 기적을 만드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교육컨설팅코칭학회 회장,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인력개발학회 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글_신제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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