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석의 집권연장을 허용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킨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2주일 일정의 반환점을 돈 가운데 남은 회기 동안 당과 국가기구를 뜯어고치는 시스템 개편에 나선다. 종신 황제의 길에 들어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인대 후반의 당정기구 재편을 통해 자신의 오랜 정치적 동반자인 왕치산과 중학교 동창인 류허를 각각 외교와 경제 사령탑에 올려세울 것으로 보인다. ‘시자쥔’으로 불리는 최측근을 전면에 내세워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으로 채색된 종신 집권 통치 철학을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다.
12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9기 3중전회)에서 통과된 당정기구 개혁 방안에 대해 13일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국가 행정조직인 국무원 부처는 기존 25개에서 19개로 줄어드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내 정치범 등을 담당하는 국가안전부는 폐지되고 국가 기밀의 보안·유지를 맡는 국가보밀국 등과 합쳐져 국가안전보밀총국으로 재탄생된다. 홍콩·마카오 판공실과 당 중앙대만판공실도 ‘대만·홍콩·마카오 판공실’로 단일화된다. 대만과 홍콩 등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들 부처를 묶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시진핑 장기집권에 대한 반발에 대응하기 위해 여론기관도 손본다. 중앙대외선전중심, 국무원 신문판공실 등은 당 중앙조직인 중앙선전부 밑으로 들어가고 인민일보와 당 이론지인 구시는 신화통신이 일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당과 국가기구 개편의 핵심인 초대형 사정기관 국가감찰위원회도 이번 전인대 기간에 공식화된다.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절대권력을 지니게 될 국가감찰위는 공산당원만을 대상으로 했던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권한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무원과 공영기업으로까지 칼날을 휘두를 수 있다. 중화권 매체에서는 시진핑의 오른팔이었던 왕치산 전 기율위 서기가 국가부주석으로 복귀해 감찰위를 실질적으로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집권 1기 부패 척결을 주도했던 그를 종신집권의 토대를 만드는 ‘칼잡이’로 재등용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부총리로, 왕이 외교부장은 국무위원으로 승진시켜 외교업무의 위상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 밖에 은행감독관리위원회와 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 감독기구도 통합해 금융감동총국 형태로 재탄생한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일부 기능도 조정돼 신설 금융감독총국으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은행과 금융감독총국을 지휘하는 국무원 금융안전발전위원회도 이번 전인대 기간에 구체화된다. 시장 어느 곳에서든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나면 통합된 감독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나서 이를 사전에 즉각 통제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시 주석의 50년 지기로 알려진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부총리 자격으로 금융안전발전위원회 주임을 겸직하며 금융사령탑 역할을 맡게 될 것이 유력하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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