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인 12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해 9월11일에 취임한 최 원장은 역대 원장 중 최단기간 재임 후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날 오후 금융위원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최 원장은 “하나은행의 인사에 간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으나 금융감독원의 수장으로서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최 원장은 임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신임 감사를 중심으로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본인을 포함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을 규명하겠다”며 “조사 결과 책임질 사안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혀 배수진을 치며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감독수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 자체만으로 여론의 비판이 비등해지자 물러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치권 등의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해 관치논란을 일으켰고 암호화폐 투기열풍이 한창일 때는 “암호화폐는 버블이다. 내기해도 좋다”는 ‘내기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최 원장이 전격 사임한 데는 금감원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 원장은 사임 직후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내가 사퇴를 해야) 이래야 금융감독이 제대로 설 것 같았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대학 친구 아들의 신입행원 채용 지원 사실을 하나은행 인사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채용 추천인지, 인사개입인지 등의 논란이 불거졌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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