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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증여 어떻길래]허위 차용증에 적금 대납...회삿돈 빼돌려 자식 집 사주기도

■세무조사 제외 증여기준 강화

가족끼리 계약서 쓰고 이자거래

강남 중심 대출금 대납도 여전

고가아파트 탈세여부 전수분석 등

국세청, 감시 고삐 더욱 옥죌듯

50대 주부 A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공인중개사 B씨에게 직장인 아들이 살만한 아파트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서울 외곽의 3억원대 소형 아파트를 추천했다. A씨는 아들이 돈이 없어 걱정이라고 했지만 공인중개사는 “4억원 이하는 증여추정배제가 되니 걱정마라”고 부추겼다. 소득이 없어도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결국 편법으로 아들의 집을 사줬다가 과세당국에 적발됐다. 고가 주택에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줄줄이 편법이 드러났다. 과세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부 공인중개사를 중심으로 4억원 이하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 이번에 증여추정배제기준을 낮췄다”며 “주요 지역의 모든 아파트는 증여추정배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 불법·편법증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지난 1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아파트를 이용한 편법 증여를 적발하기 위해 자금출처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A씨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1억원 안팎의 편법 증여부터 기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가 사업소득을 탈루해 고가의 아파트를 사주거나 대출금과 적금을 대신 내주는 사례까지 편법이 난무한다. C씨는 부모로부터 수억원을 편법으로 증여받았다. 해당 건으로 자금출처 소명을 요구받은 C씨는 지인으로부터 “결혼식 축의금을 이용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내용인 즉 결혼할 때 받은 축의금을 1억원으로 진술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들어온 돈은 이보다 훨씬 적지만 다수로부터 현금을 받는 우리나라 결혼 문화상 세무서가 낱낱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과세당국의 한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하다 보면 1억원 수준의 편법증여도 많다”며 “자식에 대한 문제는 관대하게 생각하는 사회 문화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다”고 전했다.

편법 증여는 갈수록 지능화·고도화하고 있다. 세무조사를 대비해 가족끼리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쓰고 이자를 주고 받는 것처럼 꾸몄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지인이 아닌 제3의 인물과 짜고 돈을 빌렸다고 속이는 일도 있다. 강남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대출금이나 적금 대납을 통한 편법증여도 여전하다. 지난해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산 D씨는 장인·장모가 매달 적금을 대신 내줬다. 여기에 부모님으로부터 현금을 추가로 받아 집을 샀다가 수억원을 추징당했다.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면서 회삿돈을 빼돌려 자식에게 집을 사주는 경우도 여전하다. E씨는 법인 수익을 개인통장으로 받은 뒤 이를 횡령하고 부모에게 추가로 증여를 받아 강남에 집을 3채나 샀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국세청이 증여추정배제기준을 20년 만에 낮춘 것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다. 편법이라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괜찮다는 사회인식을 바꾸고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것이다. 특히 국세청은 20~30대 편법 증여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인 20~30대 직장인은 20~30억원을 호가하는 강남 주택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증여를 통해 자식을 지원해 주고 싶으면 제대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게 과세당국의 방침이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부동산 세무조사에서 적발되는 사례의 절반 이상인 약 60%가 20~3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편법증여의 대부분은 자식들에게 고가 주택을 사주거나 생활비를 대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편법증여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더 죈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부동산 세무조사를 벌였다. 1~3차까지 총 633명에게 1,048억원을 추징했다. 여기에 210명을 별도로 조사 중이다. 지난 1월에는 4차 조사대상 532명을 추가했다. 현재 강남을 포함한 가격급등 지역의 고가 아파트는 현장정보와 관계기관 자료, 세무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탈세 여부를 전수 분석하고 있어 세무조사 대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분석 결과 다운계약이나 자금원천이 불투명해 탈세 혐의가 발견될 경우 예외 없이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해 이달 중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국세청의 고위관계자는 “편법증여를 줄이는 것은 사회 정의나 소득분배 차원에서 맞는 방향으로 본다”며 “증여 감시는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더 치밀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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