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에 튀기지 않은 라면인 ‘건면(비유탕면)’은 지난 1977년 첫 선을 보였다. 이후 1990년 대 ‘멸치칼국수’ 등이 출시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시장 형성은 농심(004370)의 ‘건면세대’가 나온 2007년부터다. 당시 웰빙에 대한 유행과 맞물려 기름에 튀기지 않아 열량이 낮은 건면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풀무원(017810)이 2011년 ‘자연은 맛있다’라는 브랜드로 건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 체제가 만들어졌다. ‘둥지냉면’, ‘콩나물뚝배기’,‘육개장칼국수’ 등의 히트상품이 등장했고 시장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위기에 빠진 라면 시장의 구원투수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체 라면 시장은 지난해 가정간편식(HMR) 등이 부상하면서 2조 원 아래로 추락했다. 반면 건면 시장은 매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올해 사상 첫 1,000억 원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체 라면 시장에서 건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5%를 밑돌지만 성장 속도 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소매시장에서 건면은 총 923억 원 어치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22.2% 늘어난 것으로 최근 3년간 연 평균 약 21%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000억 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지난해 1조 9,900억 원으로 전년대비 2.4% 줄었다. 2013년 2조 100억 원을 기록한 이래 내림세를 보이다 2016년 2조 원대를 회복했으나 다시 하향 반전한 것이다.
국내 비유탕면 시장은 농심과 풀무원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농심이 점유율 55%로 44.5%의 풀무원을 앞섰고, 2016년에는 풀무원이 ‘자연은맛있다 육칼’의 인기에 힘입어 시장점유율 53.3%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삼양식품(003230)도 지난해 ‘파듬뿍육개장’을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농심은 ‘둥지냉면’을 비롯해 ‘얼큰장칼국수’, ‘콩나물뚝배기’(용기면) 등을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건면새우탕’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풀무원도 비유탕면 브랜드를 ‘생면식감’으로 리뉴얼한 이후 지난해 12월 일본식 ‘돈코츠라멘’을 업계 처음으로 출시했다. 이달에는 돈코츠라멘의 매운맛도 선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라면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분야가 비유탕면”이라며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과 식품 시장의 성격이 비슷한 일본에서는 라면 시장에서 비유탕면 제품의 점유율이 20%에 이른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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