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정부 출연 연구원에서 근무하는 김미래 연구원은 아침에 일어나 TV를 보는데 갑자기 뒷목이 뻐근하고 눈이 침침하다. 하지만 종합진단 스캐너로 보니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다. 이 스캐너는 개인 DNA 해석을 통해 99%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출근을 하기 위해 스마트카의 문을 잡으면 피부인식 시스템을 통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차 소재는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흡수하도록 만들어졌다. 낮에는 햇빛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밤에는 스마트그리드망으로 충전한다.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면서 차량 정체도 예전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차 안에서도 여유롭게 스마트 안경을 쓰고 3D 영상으로 주말에 가족과 함께 볼 영화예고편을 감상한다. 대부분 인터렉티브 영화로 관객의 의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쌍방향 영화다.
연구원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스마트ID 태그로 즉각 신원이 확인되고 사무실 점등, 출입문 개폐, PC·공기정화기 등이 작동을 시작한다. ID 태그는 신용카드로도 사용되며 자동 피부인식 기능으로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못한다.
최영민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유연하게 잘 늘어나 피부에 붙이거나 몸속에 이식할 수 있는 건강기능소자나 전자잉크를 활용하는 3D 프린팅 기술로 만드는 전자소자 등이 머지않은 미래에 일상적으로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점심시간이다. 한 동료는 고칼로리 환약으로 끼니를 대신한다. 의약합성 기술이 고도화돼 예전에는 상상에 그쳤던 다양한 약이 출시되고 있다. 곧 행복을 느끼는 신경을 자극하는 신약도 나온다고 한다.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는데 최근 시범 해상도시로 이사한 동료 이야기가 흥미롭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상도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데 물속에서 오래 견디는 건자재가 개발되고 공기정화 시스템이 갖춰지며 해상도시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후에는 실험을 하는데 위험한 시약을 다루거나 밤새워 실험하는 빈도가 크게 줄어 안심이 된다. 신약·신소재 개발을 위해 세계의 수많은 데이터베이스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연결해 가능성을 확인하고 최종 확인 단계에서 직접 시약을 다룬다. 실험실 안전 모니터에는 현재 공기청정도, 유해가스 사용 여부와 잔류농도, 유해물질 사용 여부뿐 아니라 실험실 내 상주인원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퇴근 후에는 직업군인 친구를 만난다. 요즘 군대에서는 8시간씩 자도록 각 개인의 생체칩에 프로그램을 깔았다고 한다. 꿈과 수면을 제어하는 물질이 개발돼 가능한 일이다. 섬유재질의 옷감용 폴리머 전구체도 개발돼 작전 상황에 맞춰 스프레이건을 몸에 뿌려 옷을 만들고 그 안에 플렉시블 전지를 내장해 따로 전원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화제가 걸그룹으로 이어지자 친구가 3D 투사로 화면을 띄운다. 홀로그램용 이방성 필름과 기판 제조기술, LED 광원용 소재와 효율 향상 덕이다. 양경욱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화학기술은 눈에는 잘 안 보이지만 현재는 물론 미래 사회에서도 더욱 필요한 기술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에 와보니 아내가 처남의 암 치료가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요즘 항암제는 일반 암세포는 표적치료제로 잡고 저항성이 있는 암은 암 줄기세포 치료제로 치료해 몇몇 암은 거의 완치된다. 원자 또는 분자 등의 미립자 조작 기술을 이용한 나노로봇 시술도 성행한다.
가상 실내체육관에서 운동한 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기반한 접는 스마트폰을 펼쳤다. 나노 소재, 고분자 소재, 정보전자 소재가 적용됐으며 플렉시블 전지가 탑재돼 있다. 방전되더라도 무선 급속 충전으로 1분이면 쓸 수 있다. 요즘 불면증이 있어 취침 전 수면을 조절하는 숙면제를 한 알 먹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고 피로도 많이 가신다.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미래는 기후변화 대응 탄소자원화 기술, 4차 산업혁명 대응 화학소재 기술, 무병장수를 실현하는 의약바이오 기술, 융합화학기술 등이 가속도를 내며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변할 것”이라며 “화학은 모든 학문과 기술의 요소기술로 신약과 신소재 등이 모두 화학 기반의 원천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