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K그룹이 반도체·소재,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에서 그룹 사상 최대인 2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고용도 늘려 앞으로 3년간 2만8,000여명을 신규 채용할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혁신 성장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사업 계획을 밝혔다.
최 회장은 우선 △반도체·소재 △에너지 신산업 △차세대 ICT △미래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5대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앞으로 3년 동안 80조원을 투자하고 첫해인 올해 27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SK그룹의 총 투자액 19조원보다 44%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3년간 반도체 핵심소재 개발과 설비 투자에 49조원, 친환경·신재생 발전과 지능형 전력시스템 구축에 13조원, 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와 ICT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에 11조원,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와 전기차 배터리에 5조원, 합성신약 및 백신 개발 등에 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고용도 점진적으로 늘려간다. 오는 2020년까지 현재 SK그룹 임직원 9만명의 30%가량에 해당하는 2만8,000명을 신규 채용한다. 첫해인 올해는 지난해보다 300여명 늘어난 8,500명을 신규채용하고 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최 회장의 투자계획에 대해 김 경제부총리 역시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 부총리는 “투자를 굉장히 획기적으로 늘리는 계획안을 내서 아주 반갑게 생각한다”며 “청년 일자리 확충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지원도 확충한다. 동반성장펀드를 내년 800억원을 추가해 6,200억원으로 확대하고 6월에는 협력사 교육 등을 위한 동반성장센터도 설립할 예정이다.
이날 김 부총리와 최 회장은 SK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최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딥체인지(근본적 변화)’가 현 정부의 혁신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며 친밀감을 표현한 데 이어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유 인프라’ 등을 언급하면서 “지속해서 추진해 혁신의 전형을 보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아울러 에코세대(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 세대)가 본격적으로 취업하는 시기가 도래하며 심화되는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SK그룹이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부총리는 SK이노베이션이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모어댄의 최이현 대표가 선물한 ‘백팩’을 “(선물로) 받을 수 없지만 구매하겠다”며 즉석에서 구매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김 부총리는 “사회적 경제 정책수립과 제도개선 과정에서 SK와 긴밀히 협력해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와 함께 현재 기업 경영이 녹록지 않음을 강조하며 기업·경제 정책에 여러 가지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9년 이후 중단된 걸프협력회의(GCC) 등 산유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재개와 함께 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5세대 이동통신 등 신산업 추진, 사회적기업 활성화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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