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일자리 쇼크’ 속에서도 청년(15~29세) 고용 상황은 1년 전보다 좋아졌다. 고용률은 오르고 실업률은 떨어졌다. 사상 최악의 청년 고용절벽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던 데 비하면 뜻밖의 호조지만 낙관할 수는 없다. 통상 2월마다 청년실업률을 끌어올렸던 공무원시험 요인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데 따른 ‘통계 착시’라서다. 13만명의 청년 공시생이 실업자로 잡히는 3월에는 청년실업률이 뒤늦게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9.8%로 전년 동월 대비 2.5%포인트 떨어졌다. 2월 기준 2013년(9%) 이후 최저치다.
이는 예상 밖의 ‘선방’이다. 2월은 통상 졸업한 청년들이 대거 취업시장에 유입되고 9급 공무원 공개채용시험 원서 접수기간도 겹쳐 청년실업률이 높아진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던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 구직 중인 ‘실업자’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 세대인 에코 세대가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올해부터 청년 고용절벽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지표 개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지난달 청년실업률 하락은 2월 9급 공무원시험 접수기간이 통계 집계 기간 이후로 미뤄진 데 따른 착시 현상이기 때문이다.
과거 2월 초였던 시험 접수기간이 올해는 2월20일로 밀리면서 ‘실업자’에 잡혔어야 할 13만명의 청년 응시생들이 이번 통계에서는 취업준비생·구직단념자 등 비경제활동인구에 머무르게 됐다. 실제 2월 취업준비생(67만2,000명)은 1년 전보다 7만명, 구직단념자(54만2,000명)는 4만5,000명 각각 늘었다. 특히 구직단념자 수는 2월 기준 통계가 개편된 2014년 이후 역대 최대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구직단념자 일부는 공무원시험에 응시하면서 구직자로 이동할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이라며 “3월 통계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이 현실화될 시점이 한 달 미뤄졌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청년실업률이 공시생에 따라 출렁이는 것은 민간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을 반영한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질 좋은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은 자칫 청년 공시생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 증원은 민간 일자리 구축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최하수’”라며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리는 사회는 역동성과 성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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