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유지만 해도 고용 확대나 다름없다”
한국GM이 정부에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신청하면서 내건 논리 중 한 대목이다. 실질적인 신규투자나 고용 확대 없이 외투지역 지정을 받으려다보니 상식에 어긋나는 억지 논리를 들이대고 있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한국 GM이 전날 인천시와 경상남도에 제출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신청서에는 외투기업 지정을 요구하는 근거가 크게 3가지 적시돼 있다.
먼저 앞으로 5년간 한국 GM의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각각 4,000억여원, 5,000억여원 신규 투자를 하겠다는 내용과 신차 2종을 배치하기 위해 시설 교체를 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시설 신·증설이나 생산량 또는 고용 확대 방안은 쏙 빠져있다. 시설 신·증설과 고용 확대 등은 외투지역 지정을 받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럼에도 GM은 “지정 요건을 지켜서 (외투기업 지정을) 신청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한 채 기존 투자계획을 그대로 제출했다.
고용 부분에서는 사실상의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국 GM은 신청서에서 “외투지역 지정이 안 되면 고용은 ‘제로’다. 외투지역 지정으로 일자리가 유지될 경우 고용이 증대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외투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공장을 철수하겠다는 으름장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시설 증설 요건에 대해서는 생산라인 교체만으로 충분하다는 게 GM 입장이다. 새로 공장이나 생산라인을 늘리지 않더라도 신차 배정을 통해 부가가치가 늘어나면 시설 증설이나 매한가지라는 논리다.
GM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단순히 헌 기계를 새 기계로 바꾸는 것은 상식적으로 시설 증설이라 볼 수 없고 생산·고용 증대가 뒤따르지 않는 시설 교체만으로 외국인투자지역을 요구한 전례도 없다는 것이다.
부평과 창원공장에 대한 1조원 가까운 투자 규모도 미심쩍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운영자금과 경비 등 신규 투자로 볼 수 없는 금액까지 포함된 ‘허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정부에 신청서가 정식 접수되면 투자금액이 정확한지 면밀히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규 투자 없이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와 협상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외투지역에 지정되면 5년간 법인세·소득세 100% 감면, 입지 임대료 75~100% 감면 등 막대한 혜택을 받는다.
논란이 일자 인천시와 경상남도는 GM측에 법적 요건에 부합하도록 신청서를 보완해 제출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외투지역 지정 신청은 지자체가 검토한 뒤 정부에 최종 제출하게 돼 있다.
한편 폐쇄가 결정된 한국GM 군산공장의 비정규직 해고자 대표가 미국 GM 본사에 이어 백악관을 찾아 공장 정상가동과 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금속노조 GM지부 군산지회에 따르면 장현철 군산공장 사내 비정규직 해고근로자 비상대책위원장이 박재만 전북도의회 의원과 13일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군산공장 정상가동, 비정규직 해고 철회, 노동자와 가족 구제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했다. 이들은 전날에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GM 본사를 찾아 군산공장 폐쇄에 항의하는 시위도 벌였다./서민준·박형윤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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