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장의 전격 사퇴를 불러온 것은 이른바 ‘임원 추천제’였는데요.
은행이 신입 공개채용을 할 때 계열사 임원들에게 받아온 추천 명단이 있다는 겁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점수를 조작하는 등 적극적인 인사 개입이 있는 경우만 채용비리라며 추천을 하는 행위 자체는 부정채용이 아니라고 했는데요.
최 전 원장이 낙마하면서 임원 추천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스튜디오에 정훈규기자 나와있습니다.
Q. 정기자, 우선 임원 추천제 논란이 불거지기까지 배경을 잠시 짚어 볼까요?
[기자]
네, 지난 주말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최 전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일 당시 하나은행에 입사 지원한 친구 아들을 추천했고 이 지원자가 합격했다는 겁니다.
최 전 원장은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름만 전달했을 뿐 채용 과정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요.
이때 금감원도 추천 대상자 모두가 부정채용이 아니고 면접점수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부당하게 합격시킨 사례만 적발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임원이나 VIP 고객 추천을 받은 지원자는 서류 전형이 면제됐다는 겁니다.
최 전 원장이 추천한 지원자 역시 경쟁 없이 서류 전형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Q. 부모의 인맥 덕에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다면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금감원이 최 전 원장이 연루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무기한 검사에 돌입했죠?
[기자]
네, 금감원은 어제 특별검사단을 구성했습니다.
검사기간은 다음 달 2일까지라고 밝혔는데요. 의혹이 확인될 때까지 연장하겠다고 덧붙여 사실상 무기한에 가깝습니다.
[앵커]
Q. 그렇다면 이번에 새로 검사에 착수하면서 임원추천 자체는 부정채용이 아니라는 금감원의 기존 입장에 변화는 없습니까?
[기자]
네, 특별검사에 착수했지만, 그 부분은 아직 정확한 방향이 없어 보입니다.
특별검사단 관계자에게 이번 검사에서 임원추천도 부정채용으로 볼 것인지 물었더니 “그 부분은 한번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그동안 금융권 채용비리를 다루면서 “인재 추천과 특혜 채용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해 왔는데요.
특히 이번에 최 전 원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면접점수 조작 등이 있는 경우를 채용비리로 본다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특별검사단에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기존에 부정채용이 아니라고 못 박던 것과 비교하면 임원들의 추천 자체를 채용비리로 볼 가능성도 열어둔 셈입니다.
[앵커]
Q. 그럼 이번 검사에서 임원 추천 명단에 대한 검사가 이뤄질지 불분명한 것인가요?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특별검사단은 최초 추천이나 청탁에서부터 전형 과정과 최종 합격까지 전 과정을 살필 계획입니다.
점수 조작 등이 있는 경우만 부정채용으로 보더라도 이 같은 조작을 유발한 최초 청탁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금감원은 올 초 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한 검사를 벌여 검찰에 고발했을 때도 전 과정을 다 살펴봤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직접적인 인사 개입이 있는 경우만 증거를 취합해 수사기관에 송부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1월 금감원이 내놓은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결과 자료를 보면 임원 추천 사례가 발견됐는데요.
이때 금감원은 이를 채용비리가 아닌 절차 미흡 사례로만 소개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앵커]
Q. 그렇다면 만약 금감원이 이번 검사 후 청탁이나 추천 명단 전체를 수사기관에 넘긴다면, 어떻게 됩니까?
[기자]
일각에서 업무방해죄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실제 처벌이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지난해 금감원 신입직원 채용 비리에 연루되자 “지인 아들의 합격 여부를 문의만 했다”고 해명했는데요.
김 회장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당시 채용을 담당한 금감원 인사 담당자가 구속됐습니다.
업계는 물론 당국까지 관행을 핑계로 이 같은 사례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아 국민들의 시각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데요.
이 때문에 최 전 금감원장도 “추천은 했지만 부정은 없었다”는 해명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Q. 관행이었다 한들 구직자들 입장에서 공정한 채용절차에 대한 기대가 무너질 수 밖에 없는데요. 임원 추천제를 이대로 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기자]
논란이 논란을 키운다고 하나금융 노조가 오늘 또 다른 폭로를 했습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조카가 하나은행 부산지역 영업점에, 친동생이 관계사에 입사해 근무 중이고, 두 사람의 채용 과정에 특혜 의혹이 있다는 겁니다.
하나은행은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자료를 내면서, 의혹 대상자가 채용 당시 보유한 자격증까지 나열했는데요. 본인의 능력으로 정당하게 입사했단 주장입니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를 떠나서, 암암리에 행해지던 임원 추천이 수면 위로 올라오니 가족이 같은 회사나 업종에 근무하는 모든 사례가 의심되는 게 사실입니다.
과정이 공정하다고 느끼면 누가 어디에 있든 원하는 직장이나 일에 도전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을텐데요.
임원 추천제는 이런 공정 사회라는 믿음을 완전히 깨트린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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