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의 힘이 강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은 여전히 힘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총 공고를 낸 상장사 1,818개사 중 주주제안 안건을 포함한 곳은 전체의 1.5%인 28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들이 주총에 가장 많이 제안한 것은 현금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다. 아트라스BX의 소액주주들은 1만원의 현금배당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내놓았다. 회사 측 제시안 400원보다 25배나 많은 배당 요구다. 삼천리와 중앙에너비스 주주들은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BYC·삼천리는 액면분할을 요구했다.
회사 경영감시를 위한 사외이사, 감사 추천도 주요 주주제안 메뉴다. 기업은행은 KT&G 사외이사를 6명에서 8명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 후보로 오철호 숭실대 교수, 황덕희 법무법인 서울구성원 변호사를 제안했다. KB금융은 노조가 사외이사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내세웠다. 이 밖에 네오디안테크놀로지·티엘아이·큐렉소·씨씨에스 등도 특정 인사를 감사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이 제기됐다. 현대아이비티는 이사 보수한도를 6억원에서 4억원으로 낮추고 상호를 현대바이오매틱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주제안이 제시됐다.
자산운용사 등의 주주가치 제고 제안도 나왔다. 외국계 가치투자회사인 브랜디스 외 4명의 소액주주들은 삼천리의 주가가 지난 2007년 이후 절반 이하로 하락한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식 액면분할, 자사주 소각, 현금배당 확대 등을 요구했다.
주주제안이 그렇다고 주총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정기 주총의 주주제안 36건 중 주총을 통과한 제안은 7건에 불과했다. 또 주주제안의 요건도 까다롭다. 상법상 보통주 기준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상장회사 0.5%, 자본금 1,000억원 미만 1%)을 6개월 넘게 보유해야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만약 지분이 모자라면 다른 주주로부터 주식을 위임받아야 한다. 또 상장사는 10% 미만의 찬성밖에 얻지 못한 안건이 3년 내 다시 주주제안으로 올라올 경우 등에 대해서는 주주제안을 거부할 수 있다.
한편 3월 넷째 주(18∼24일)에 정기 주주총회가 집중되는 현상도 달라지지 않았다. 12월 결산 상장법인 2,147개사 중 766개사가 3월 넷째 주에 주총을 열고 특히 슈퍼 주총데이라고 불리는 23일은 삼성전자(005930) 등 유가증권 시장 301개사, 코스닥 시장 245개사, 코넥스 시장 3개사 등 549개사가 주총을 개최한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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