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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 망가지는 녹내장…진료인원 81만명 중 30%가 40대 이하

성인 70% "증상 몰라" 85% "검진경험×"

고혈압·당뇨병 동반땐 뇌졸중 위험 2배↑

안압 낮추는 안약 일정 시간에 점안하고

심한 근시·만성질환자 등은 정기 검사를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리는 녹내장은 시신경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안압이 높아져 시신경을 누르거나 시신경 등에 영양·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의 흐름에 장애가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치할 경우 시야가 좁아지다 실명할 수도 있다.

녹내장 진료인원(의심환자 포함)은 지난 2012년 58만명에서 2016년 81만명으로 38% 늘었다. 60세 이상과 50대 이하 연령층의 비중이 반반이다. 40대 이하도 10명 중 3명꼴로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녹내장학회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7명은 녹내장의 증상을 모른다고 답했고 한 번도 검진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자도 85%나 됐다.

안압을 높이는 주된 원인은 눈 안에서 만들어져 영양분을 공급하고 눈의 형태와 적정 안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수(房水)가 너무 많이 생기거나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아서다. 진료인원의 80%가량은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에 드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안압이 과도하게 상승하고 구토·출혈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 녹내장 환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신경이 서서히 망가지는 만성 녹내장이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김찬윤 교수팀이 건강보험 검진·청구자료를 토대로 혈압이 정상이거나 고혈압 진단을 받은 40세 이상 인구 10만여명씩을 11년간 추적 조사했더니 수축기 혈압이 120㎜Hg 이하인 경우 녹내장 발생률이 인구 1만명당 15.5명인 데 반해 고혈압(140㎜Hg 이상) 환자는 19.2명으로 20% 이상 높았다.

정상 혈압인 경우 40~64세에서는 1만명당 15명, 65세 이상에서는 17명의 새로운 녹내장 환자가 발생했다. 그 숫자는 고혈압이 있으면 각각 31명과 34명, 다른 동반 질환까지 있으면 33명과 41명으로 불어났다. 고혈압 환자도 나이가 들수록, 수축기 혈압이 높을수록 개방각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았다. 50대는 40대의 1.82배, 60대는 2.76배, 70대 이상은 3배 이상이었다.



녹내장은 처음에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야 일부가 지워진 것처럼 보이다 주변부가 뿌연 안개처럼, 말기에는 검게 보인다. 한 번 망가진 시신경은 지금의 치료제나 의료기술로는 회복할 수 없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게 중요하다. 증상이 없어도 40세 이상이거나 근시가 심한 경우,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녹내장 정밀검사(시야·시신경검사)를 받는 게 좋다.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 역기를 들거나 물구나무서기, 과도한 술·담배·커피 등 안압을 높이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배형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가 녹내장 진단을 위해 시신경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배형원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 환자의 70~80%는 안약 치료만으로 안압이 안전한 범위 내로 조절된다”며 “대부분의 안약은 매일 1~2회, 일정한 시간에 한 방울씩 점안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약은 밤에 넣는 게 가장 효과가 좋지만 밤에 규칙적으로 넣기 어렵고 충혈 등 불편감이 적다면 아침에 한 번 넣는 게 좋을 수 있다. 안약은 매우 안전한 편이지만 여러 가지를 수년 이상 점안하다 보면 눈 표면에 미세한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 안약을 써도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부작용 때문에 약을 못 쓰는 경우에는 방수 배출 통로를 만드는 수술 등을 고려한다. 유영철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장은 “적절한 수술 시기는 각 환자의 질환 진행 경과에 따라 다르므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안압의 수준, 시신경 손상 정도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영재 누네안과병원 녹내장센터장은 “최근에는 길이 1㎜ 미세관을 삽입해 방수를 배출하는 수술도 하는데 각막 절개 부위가 작아 기존 수술에 비해 합병증이 적고 회복 기간도 짧다”고 설명했다.

녹내장 환자가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뇌졸중 발생 위험도 커진다. 서울대병원 안과 박기호 교수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1만1,959명을 분석했더니 ‘녹내장+고혈압’ 그룹은 고혈압만 있는 경우보다 뇌졸중 위험이 2.1배 높았다. ‘녹내장+당뇨병’ 그룹의 뇌졸중 위험은 당뇨병만 있는 사람의 2.6배나 됐다. 박 교수는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녹내장 환자는 정기검진으로 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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