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과거 여당(새누리당)을 비판한 뉴스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내려진 징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상임위원과 실무자의 ‘표적 청부 민원’으로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진행되는 ‘적폐 청산’ 전선이 방송계로도 확장하는 분위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총 46건의 방송 관련 민원을 일반인 명의로 신청해 심의 과정에 관여한 김 모 전 방송심의기획팀장을 파면 조처하는 내용의 징계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민경중 방심위 사무총장은 “이번에는 내부 자체 징계안을 의결한 것이며 현 위원장과 상임위원 차원의 논의를 거쳐 서울남부지검에 김 전 팀장은 형사 고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심위 조사 과정에서 김 전 팀장은 전 방심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의 지시를 받아 청부 민원을 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전 팀장은 담당 국장이나 부서 내 다른 직원에게는 지시받은 내용을 공유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총장은 “이번 조사는 사무처 감사실에서 진행한 것으로 김 전 팀장에게 지시했다고 한 전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입장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전 팀장이 친인척이나 지인의 이름을 빌려 청부 민원을 한 방송 중에는 박 전 대통령 사진 옆에 인공기를 배치해 논란이 됐던 MBC 뉴스데스크의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국산 헬기 수리온 실전 배치 기념식’과 한국전쟁 원인을 ‘남침’이라고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여권에서 비판을 받은 KBS 다큐멘터리 ‘뿌리 깊은 미래(1부)’ 등이 포함됐다. 실제 해당 안건은 방심위 심의를 거쳐 관계자 징계와 경고 등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 외에도 JTBC가 2016년 외신을 잘못 해석 후 인용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도 김 전 팀장의 청부 민원으로 심의가 시작됐다. 특히 김 전 팀장은 방심의 자체 조사 결과 청부 민원 신청 외에도 심의 과정에 직접 관여해 절차를 단축하는 등의 부당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월 30일 닻을 올린 4기 방심위는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하는 과정에서 민원 접수 내용 가운데 외부 PC가 아닌 내부 전산망으로 본인 인증을 거친 사실을 발견한 뒤 본격적으로 청부 민원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팀장 PC에서 민원 신청을 위한 다수의 본인 인증이 이뤄진 사실을 파악하고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민 총장은 “앞으로 검찰 수사 의뢰 등을 통해 과거 방심위의 적폐 행위를 철저히 검증하겠다”면서 “이는 정치적이고 편파적으로 심의했다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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