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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럭셔리 차를 정복하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과거 수수한 SUV는 미국 외곽 진입로부터 점령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골프장 주차장을 접수하고 있다.


2018 마세라티 르반떼 S 그란스포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세라티 Maserati 가 비포장도로 주행용 대형차량은 말할 필요도 없고, SUV를 생산한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세라티의 르반떼 Levante가 이탈리아 스포츠카 업계 베스트셀러에 오를 태세를 보이고 있다. 르반떼는 가격을 높여 올 가을 한층 업그레이드 된 트림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한때 수수했던 가족용 차량을 억대 반열에 올려 놓을 것으로 보인다.

마세라티의 르반떼 기획은 람보르기니 Lamborghini, 애스턴 마틴 Aston Martin, 롤스로이스 RollsRoyce 같은 수많은 최고급 초호화 SUV가 등장하고 있는 시장의 지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SUV인 23만 달러짜리 벤틀리 벤테이가 Bentley Bentayga를 보더라도, 비포장도로 주행 성능이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상징이 되고 있다. 구매자들에게 포장도로를 벗어날 계획이 결코 없음에도 그렇다.

마세라티 대변인 다비데 크루저 Davide Kluzer는 이에 대해 “마치 시속 320km짜리 페라리를 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누가 공공도로를 그 속도로 달리겠는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그런 차를 갖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출시된 르반떼가 이미 마세라티의 미국 판매량에서 40%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포르쉐 카이엔 Porsche Cayenne이 15년 전 첫 고성능 SUV로 출시된 것을 시작으로, SUV가 럭셔리 브랜드 라인업에서 빠르게 위로 치고 올라갈 것이라는 건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재규어 F-페이스 Jaguar F-Pace와 벤테이가도 지난해 론칭 직후 곧바로 그런 과정을 밟아왔다.

다른 많은 고급 자동차 메이커들도 이런 트렌드를 십분 활용하려 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프로젝트 컬리넌 Cullinan과 람보르기니 우루스 Urus SUV는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애스턴 마틴도 DBX 크로스오버가 2019년 출시되면 판매량이 2배 증가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람보르기니의 비포장 도로용 모델은 모회사인 폭스바겐 그룹의 벤테이가와 카이엔이라는 두 프리미엄 SUV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람보르기니 회장 겸 CEO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Stefano Domenicali는 “자동차 모양이 우리의 미래 위상을 바꿔 놓을 것이다. 우리는 슈퍼 스포츠카 부문에서 영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UV 생산은 한 때 트랙 주행 성능이나 레저 기능에만 의존해 명성을 쌓았던 브랜드들에게 지극히 당연한 과제가 되고 있다. IHS 마키트 Markit에 따르면, 초호화 SUV가 미국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익 측면에선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 이익을 전통적인 쿠페와 세단의 연구 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

IHS 마키트의 애널리스트 스테퍼니 브린리 Stephanie Brinley는 “SUV의 수익성은 아주 매력적이다. 극도로 자본 집약적이고, 평균 마진이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에서 특히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벤틀리 벤테이가 내부(위); 뮬리너 사의 플라이 낚시 액세서리가 장착된 벤틀리 벤테이가의 오픈형 트렁크(아래).



한편으로 최근 SUV들은 인상적인 (결코 이용되지 않을) 비포장 도로 운행 기능에 대해 환호하며 기꺼이 웃돈을 지불하려는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운전자가 르반떼나 벤 테이가를 타고 모래 언덕이나 물웅덩이를 주행할 일은 희박함에도 그렇다. 마케팅 리서치 컨설팅 업체 오토 퍼시픽 AutoPacific의 산업분석 부사장 에드 킴 Ed Kim은 “비포장 운행 기능은 소비자들이 차량을 구매할 때 신뢰도와 매력을 더해준다”고 말했다.

킴은 “일반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슈퍼카가 트랙을 주행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슈퍼카가 그 곳에서 속력을 낼 수 있다는 건 차주에겐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와 유사하게 초호화 SUV도 폴로 경기장보다 더 나은 비포장 도로에서 주행을 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겐 그 상황에서 최상의 주행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수 년 전만 해도 자동차 회사 경영진은 SUV 출시가 브랜드 정체성을 희석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러나 지금은 규모가 커져가는 다목적 차량에 대한 전 세계적 인기를 외면할 처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

브린리는 “SUV의 부상은 이제 라인업에서 SUV가 빠지면 다른 업체에 고객을 빼앗기는 더 큰 리스크가 발생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벤틀리와 마세라티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은 신중하게 SUV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면서도, 현재 시장 상황에서 SUV를 추가했을 때 브랜드 자산을 훼손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SUV 모델 다수는 새로운 고객들을 (‘정복’이라 칭할만큼) 자사 브랜드로 유인하고 있다. 벤테이가 고객의 절반은 벤틀리 첫 구매자들이다. 마세라티는 자사 SUV 구매자의 90%가 과거 마세라티를 구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르반떼 상품 기획자 엔리코 빌리 Enrico Billi는 이에 대해 “르반떼 구매자 열 명 중 아홉 명은 신규 고객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JACLYN TR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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