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5일 “악화하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고용 부진의 원인은 기술 혁신에 따른 자동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진단했다. 누적돼 온 ‘구조적 문제’라는 얘기다. 정곡을 빗나간 정책 문제에 대한 자성은 없었다. 하지만 해외 투자은행(IB)은 달리 봤다. 현 정부의 정책도 고용 부진에 일조했고 이것이 추경 편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영국계 IB인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남한-청년 실업 줄이기(South Korea-Reducing youth employment)’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SC는 추경 편성 배경을 4가지로 분석했다. △청년실업 상승이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 차단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감소 △부동산 규제로 건설 고용 감소 우려 △중국 관광객 회복 부진 등이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SC는 정책 영향으로 “저임금·저숙련 일자리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도소매, 교육서비스 업종에서 지난 1월 고용이 각각 0.8%, 3.5% 줄었다는 통계도 인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들 두 업종은 2월에도 일자리가 2.4%, 2.9% 감소했다. SC는 최저임금 외에도 부동산 시장 규제로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관련 산업의 일자리 축소 우려도 커졌음을 지적했다.
이렇듯 추경 편성 이유 4가지 중 절반이 현 정부 정책에 있다면 정부도 최근 고용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수조원에 이르는 추경을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선 정부가 ‘일자리 최우선’을 표명하면서도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모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해외IB의 분석도 이런 맥락이어서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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