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원 VS 0원. 업계에서 올해 중국과 한국에서 이뤄지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규모를 추산한 숫자다. 중국에서는 BOE·차이나스타·에버디스플레이 등이 올해만 월 13만장 규모의 중소형 OLED 생산설비 구축에 나선다. 업계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월 생산능력이 20만장 수준임을 감안하면 수년 내 중국 기업들이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설 수 있는 규모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는 올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OLED 적용 스마트폰의 판매가 부진한 탓도 있지만 실탄이 중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중소형 OLED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다.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에서 원가 10만원가량은 OLED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단일 부품 중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 아이폰X 등에 공급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차별화 요소로 기능했다. 이런 중소형 OLED를 중국에서 대규모로 생산하게 되면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뿐만 아니라 삼성·LG 등의 스마트폰 사업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고가폰 위주로 한국산 OLED를 써왔지만 수직계열화를 이루면 모든 것을 자국 내에서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3억 중국 인구를 겨냥한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를 자체 생산·판매하고 내수 시장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물량 및 가격 공세를 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액정표시장치(LCD)에서는 이미 물량 면에서 중국에 압도당한 상황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9인치 초과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수량 기준)은 중국 기업인 BOE가 21%로 사상 처음 1위를 차지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LG디스플레이가 줄곧 1위였지만 2016년 23%에서 지난해 19%로 줄어들며 2위로 내려앉았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 세계 LCD 가격 결정은 사실상 중국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력도 턱밑까지 추격당했다. 대표적으로 BOE는 오는 4월께부터 세계 최초로 10.5세대 LCD 양산에 돌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 2,940㎜, 세로 3,300㎜에 달하는 LCD 패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8.5세대(2,200㎜×2,500㎜)보다 65인치 TV용 패널을 5장 더 얻을 수 있다. 중소형 OLED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용 패널을 선보이며 고객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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