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결정에 대해 “시장 예상에는 부합했지만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전보다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려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이날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경로 전망이 올해는 종전 예상과 부합하나 내년에는 상향 조정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1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1.50%에서 1.50~1.75%로 높였다. 이로써 미국 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 1.50%를 넘어서는 ‘금리 역전’이 벌어졌다. 또 FOMC의 정책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점도표를 보면 올해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은 기존 3차례로 유지됐으나 내년 인상 전망은 2차례에서 3차례로 늘었다. 올해 전망에서도 4회 이상 인상을 예상한 인원이 4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이 총재가 다소 매파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이유다.
이 총재는 다만 “시장 예상에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 미국 금융 시장도 큰 변동이 없었고 오늘 국내 금융 시장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인정했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없지 않고 그렇게 되면 국내 금융시장도 영향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보다도 더 경각심을 갖고 시장을 모니터링하겠다”며 “시장 불안 상황이 온다면 안정화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전보다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말을 3번 반복했다.
한국의 기준금리 조정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국내 금리 인상 시기는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금리 역전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도 “과거 2번 금리 역전 사례가 있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상황이 달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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