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국내 카드사들이 비자카드의 해외 결제 수수료 인상이 부당하다며 낸 제소 건에 대해 비자카드의 우월적 지위 남용 여부는 물론 적정한 수수료 수준까지 정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올 상반기 중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비자카드의 독점적 지위가 인정될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과징금을 물릴 수도 있고 카드 업계의 갈등을 중재하는 차원에서 적정한 수수료율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한 시장에서 1위 사업자가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면 독점지위가 인정된다. 해외 이용 수수료는 국내 카드 회원이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비자·마스터·유니온페이 등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다. 지난 2016년 5월 비자카드는 해외 결제 수수료를 1.0%에서 1.1%로 올렸다. 국내 8개 전업 카드사들은 그해 10월 비자카드의 일방적인 통보를 따라야 하는 계약 구조가 불합리하다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가 올린 인상분 0.1%포인트만큼의 수수료를 소비자 대신 부담해오고 있다.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을 간접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서다. 지난해 카드 업계가 떠안은 비용은 100억원 규모다. 문제는 적정한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다는 공정위의 방침이 금융당국의 업무영역을 침범하는 월권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 수수료 문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금융당국이 맡는 고유 권한이다. 특히 카드 수수료율은 금융당국에서 직접적으로 수치를 정할 수 없어 3년에 한 번 업계와 수수료 적격 비용을 재산정하는 방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해외 결제 수수료는 가맹점과 카드사 간 계약이 아니라 카드사 간 계약에 따른 문제여서 금융당국도 직접 개입할 수 없다”면서도 “공정위가 수수료율을 정하겠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카드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적정 수수료를 제시할 경우 오히려 비자카드가 불복하는 등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이번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비자카드가 불복해 법원에 항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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